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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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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휴머니스트

신지수 (지은이)

2021-06-21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ADHD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
여자아이와 여성이 진단에서 소외된 배경을 추적하다

대학병원의 평범한 점심시간, 임상심리학자 신지수는 빈 검사실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주의력 검사를 실시한다. 컴퓨터 화면에 뜬 결과는 “저하”. ADHD 의심 결과를 확인한 후 정신과에 내원해ADHD 진단을 받는다. 그는 서른에야 진단받을 수 있던 원인을 찾고자 책과 논문을 뒤졌지만, 관련 도서 대부분이 ADHD가 있는 유아기와 아동기 남자아이, 성인의 증상만을 다루고 있었다. 여자아이와 여성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찾아 고군분투하던 그때, 그의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사실을 마주한다.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되어왔으며,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그들이 제 발로 병원과 센터를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로서 다시는 자신과 같은 환자를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저자는 여자아이와 여성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되어온 원인을 탐구한다. 과잉행동/충동형, 부주의형, 복합형으로 다양한 ADHD의 유형 중 과잉행동/충동형만 강조된 심리학·정신의학적 배경, 발견되기 어려운 부주의형의 특성, 진단 기준과 진단 도구에서의 문제, 정신건강 전문가와 양육자·교육자의 성 고정관념과 사회가 강요하는 성역할, 대중매체가 ‘ADHD=천방지축 남자아이’만 조명한 이유, 젠더 편향 이슈가 지속되는 정신건강계의 구조적 문제를 살핀다. 또한 ADHD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겪는 일상적·정신적 문제를 전하며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임상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ADHD 치료 과정, 일상관리법, 직접 쓴 약물 일기 등을 소개함으로써 여성 환자의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
이 책은 ADHD 증상을 의심하고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이, 자신 외의 ADHD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고 싶은 여성, 자녀에게서 ADHD 증상을 발견하고 걱정하는 부모 들은 물론 의료계 젠더 편향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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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행동의 원인을 모르고 산다는 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가?”
지난 고통에 이름을 주고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임상심리학자는 심리 평가와 상담을 통해 환자의 고통에 병명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 모든 정신장애와 심리 치료의 시작은 증상에 대한 올바른 명명과 인정에서부터 시작하기에,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로 정신과 병원에서 일하면서 서른이 되어서야 ADHD를 진단받았다. ADHD 환자를 검사하고 치료하면서도 그는 왜 자신을 ADHD 환자로 의심하지 않았을까? 좀 더 이른 나이에 진단받을 수는 없었을까?
ADHD는 신경발달장애로, 발병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면 치료를 통한 병세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복용 시 증상 호전의 가능성이 높다. 조기 발견 후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ADHD를 진단받은 후 고통의 원인을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너무 늦은 진단이었다는 억울함과 아쉬움으로 ADHD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한 외국 저널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여러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30년 넘게 ADHD 환자를 만나온 앨런 리트먼 박사는 위의 인터뷰에서 “여성 ADHD는 남성 ADHD와 극적으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며, 이는 “여성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기대가 증상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여성 ADHD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ADHD가 여성 환자에게서 어떤 증상으로 발현되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ADHD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증상 완화를 위한 대처 방법을 고민한다.
이전까지 그는 “게으른 사람, 미성숙한 사람, 산만한 사람, 못 미더운 사람, 덜렁이……”로 불려왔다. 자신을 주기적인 고통으로 몰아갔던 것이 병명이라는 실체로 드러나자, 비로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는 말한다, 병명을 모른 채 살 수도 있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이나 고정관념, 정보의 불균형 따위가 아닌 어디까지나 자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떠올리며, 그는 “여성 ADHD의 세계의 문”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 나는 다른 이름들로 불려왔다. 게으른 사람, 미성숙한 사람, 산만한 사람, 못 미더운 사람, 덜렁이…….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를 따라다녔던 것들이 이제는 ‘신지수’가 아닌 ADHD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를 주기적인 고통으로 몰아갔던 게 ADHD였구나, 드디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불확실성보다 확실하게 인간을 불안으로 몰아넣는 것이 있을까?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인생이 자꾸 꼬여만 가는지 그동안은 정말 몰랐다. 지치고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은 뒤 겨우 차린 기운으로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안갯속을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증상에 대해 진단을 받고 병명을 알고 나면 크게 안심한다. 말로 표현하기 모호했던 어려움이 실존하는 병명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비로소 시야가 명료하게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실체를 알았으니 나아질 방법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나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상상하면 연대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 1장 <임상심리학자, 몰래 ADHD를 검사받다> 중에서(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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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조용한 소녀들을 찾아서
진료실 안과 밖, 여자아이와 여성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된 원인을 추적하다

ADHD는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한 병인을 공유한다. 질병 그 자체는 젠더 편향적인 장애가 결코 아니며, 진단에서부터 심리 평가와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ADHD 앞에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일은 없다. 과잉행동/충동형, 부주의형, 복합형과 같은 증상 유형은 성별 차보다 개인차가 훨씬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러 연구자들은 여성 ADHD를 구분해 연구하고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오래된 젠더 편향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며, ADHD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심리학·정신의학계는 “남성 환자의 ADHD 특성을 일반화하고 여성 환자에게 적용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러한 반쪽짜리 ADHD는 여성의 삶에 큰 공백을 남겼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정신과에 의뢰된 ADHD 아동의 성비가 남자아이 10명당 여자아이 1명 수준의 결과를 보인 반면, 일반 지역사회의 아동을 대상으로 ADHD 검사를 실시한 결과 남자아이 3명당 여자아이 1명으로 성차가 현저히 적었다. 이는 ADHD 증상에도 정신과 의뢰를 받지 못한 여자아이의 수가 많음을 입증한다. 이렇듯 소아·청소년기에 진단,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여성들은 뒤늦게 병원과 센터를 찾아왔고, 그 결과 성인 ADHD에서는 성차가 감소하면서 진단과 치료에서의 성차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동안 ADHD를 겪는 “여성들의 증상은 무엇으로도 설명되지도 발견되지도 못했고, 진단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진료실과 가정, 학교, 사회에서 지워진 여자아이와 여성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ADHD의 젠더 편향 문제를 알리고, 정신의학계의 부주의형 연구와 진단 기준, 도구의 발전을 요구한다.

그동안 ADHD는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의 증상이 주로 알려져 왔다. 환자군 또한 남자아이와 남성으로 인식되었고 관련 연구마저 그들을 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부주의 우세형 증상을 보이는 여성은 ADHD 진단에서 배제되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진을 받아왔다. 심지어 과잉행동/충동 우세형의 증상을 보이더라도 남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성은 ADHD와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오늘날까지 많은 여자아이가 ADHD 진단에서 소외되어왔다.

그동안 ADHD 여성 환자의 증상은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무시되었으며, 의학 전문가들조차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문제로 자주 오진해왔다. 만약 남성과 여성 모두 ADHD진단을 받을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왔다면, 지금처럼 성별을 구분하여 장애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2장 <우리가 잃어버린 조용한 소녀들> 중에서(47~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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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더 많은 여성 ADHD 이야기가 필요하다”
오진, 과소 진단받아온 여성들을 향한 임상심리학자의 내밀한 자기 고백

이 책은 2019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2019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선보인 《여자프렌들리》의 개정판이다.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 독립출판물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ADHD의 여성 진단 소외와 부주의 유형에 주목한 유일한 도서다. 독립출판물 출간 이후 여성 ADHD와 관련된 논의와 공감대가 활발히 형성되었으며, SNS에는 ADHD 관련 계정과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정도로 독자의 관심과 반응이 뜨거웠다. SNS에 소개된 본문의 일부가 14만 번 이상 리트윗되었을 정도다. 이후 저자는 많은 이들로부터 《여자프렌들리》를 읽고 용기 내 병원에 가 ADHD를 진단받았다는 이메일과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2년 가까이 집필에 매달린 덕분에 독립출판물의 40배가 넘는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는 임상심리학자로서 ADHD를 진단받지 못한 여자아이와 여성에게 죄책감을, ADHD 환자 당사자로서 정신건강계가 젠더 편향 이슈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나 ADHD하면 ‘천방지축 남자아이’만 아는 임상심리학자로 남지 않기 위해 여성 ADHD를 탐구했다.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의 이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ADHD 진단을 받은 임상심리학자의 탐구기와 내밀한 질병 기록을 전한다. 이를 시작으로 더 많은 ADHD 여성 환자 이야기가 수면에 나오기를, 그 어떤 여자아이도 정신장애나 질병 진단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너무 늦은 진단으로 고통받는 여성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정신건강계의 구조적 변화와 양육자, 교육자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한다. 이 책은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계의 전반적인 성차 문제, 여성 환자의 삶에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할 불씨가 될 것이다.

오랫동안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무시하고, 여성의 특성을 최소화하며, 남성에게서 발견한 특성을 일반화하여 여성의 경험과 행동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태도는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을 멈추고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대한 정보들에 공백을 남겼다. ADHD도 마찬가지다. 남성 환자의 ADHD 특성을 일반화하고, 이를 여성 환자에게 적용하려고 시도해온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가? 여성들의 증상은 무엇으로도 설명되지도 발견되지도 못했고, 진단에서 배제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제시할 의심, 궁금증, 질문 들은 누군가의 비웃음을 살 만한 엉뚱한 가설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피해의식으로 점철된 편집증 환자라는 딱지가 앞으로 나를 따라다닐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이겠다. 내가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미래라면, 최소한 여성 ADHD에 대한 논의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해진 것일 테니 말이다.
-3장 <진료실에 여자아이와 여성은 없었다> 중에서(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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