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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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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스윙밴드

이영희 지음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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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2015년 2월 첫 책 『어쩌다 어른』을 펴내고 “기자가 쓴 책 같지 않다”는 애매한 호평(?) 속에 에세이스트로 데뷔. “어쩌다보니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독자들 사이에서 자학개그로 입소문난 작가 이영희의 두번째 에세이.
무려 3년 만이다. 이유는? 오늘 써야 할 기사가 내일로 미뤄지는 게 하루의 가장 큰 축복인 기자라서? 그래도 『어쩌다 어른』에서 유감없이 발휘한 “초절정 자기비하로 초특급 웃음폭탄을 선사하는 남다른 능력”은 전혀 녹슬지 않아, 이번 책은 시작부터 대놓고 외친다. “저는 제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자학개그로 유명한 김민식 코미디 피디가 인정했을까. “이것은 자학개그의 신세계가 아닌가!”
실상을 말하자면, 그녀는 매번 마감 때마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것이다. 다음 달에 제 책이 나온다구요? 도저히 못 낼 것 같은데… 찌질한 얘기를 너무 많이 써서 부끄러워요. 다음 기회에 내고 싶답니다~ 어쩔 수 없이 책은 작가가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엉겁결에 나오고 말았다.

<b>이번 생은 연습이라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가망이 없는 걸까. 나는 내가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고? 들어보시라.
일단, 성격.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엎치락뒤치락. 평정심을 유지하며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에 언제나 최선을, 같은 건 거의 불가능. 누군가의 말 한마디, 벌레 한 마리, 문자 한 통에 일희일비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다. 중요한 일일수록 뒤로 미루는 버릇도 영 고쳐지지 않는다. 매일 써야 하는 기사는 물론이고, 소개팅도 결혼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계속 미루는 바람에 여태 이 모양이다.
가장 불편한 건 ‘진심병’이다.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눈치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기도 한다. 고질적인 진심병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가 쉽지 않다. 어쩌면 이토록 솔직한 글을 쓰게 된 것도 그 때문일까. 미처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이 너무 많아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 모두에게 말해버리는, 대반전의 스케일이다.
다음은 나이.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나이만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가 되어버렸다. 마음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멈춰 있는데, 세상은 나를 자꾸 어른이라 부른다. 재미난 만화책을 보며 낄낄거리는 게 삶의 큰 낙이지만, 이제는 스스로 ‘중년의 애니충’이라고 비하하지 않고는 만화 본다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지경. 기사 잘 쓰는 후배들을 칭찬하면서도 속으론 부러워 운다. 세상엔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 너무나 많아 이대로 부러워만 한대도 한평생이 모자랄 것 같다. 정녕 지구 반대편으로 뚫고 나가 로드리게스 씨로 새 삶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외모는 영원한 불만의 근원. 사람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저자의 경우는 큰 키 때문에 고민이다. 소개팅이라도 할라치면 먼저 키가 크다는 사실부터 밝히고 상대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술버릇은 언제나 ‘귀가’고, 딱 10킬로만 빼면 좋겠는 살은 20년 다이어트가 무색하게 아직도 나에게 붙어 있는 중.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든 건 ‘혼자’인 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애인은 있니, 결혼해라, 지금도 늦었다 등등 걱정해주던 일가친척조차 포기한 걸까. 명절에 집에 가도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십대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세상은 넓고 놀 것은 많으니까. 삼십대까지도 낙관적이었다. 급하다고 대충 해치울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평범한 삶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 줄을. 이쯤에서 슬슬 반려로봇이라도 구해야 하나, 밤마다 진지하게 포털을 검색해본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멀쩡해 보이는 어떤 여자의 속사정이다. 그런데 듣다 보니 이건 내 얘기다.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싶은데, 살아보니 그보다 어려운 게 없다. 이번 생은 그냥 연습이라면, 그러면 정말 최선을 다해 다음 생을 준비할 텐데. 이번 생이 한 번뿐이라서 언제까지고 서툴기만 하다.

<b>내 인생에 기대를
“그래도 계속 살아간다. 왜냐고 묻는다면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 아름답고 싶고, 잘 해보고 싶고, 꽤 괜찮은 모습으로 만들어보고픈 내 삶이라서.”(46쪽) “내 인생에 대한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면, 아직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다.”(101쪽) “이번 생을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자꾸 이번 판은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니까.”(108쪽)
이런 주옥같은 문장들이 떠오르는 자신을 반성하며, 그녀는 오늘도 남몰래 자기계발서를 산다. 운을 모으기 위해 소소한 선행을 하고, 실패의 기억을 지우는 법이나 판다로 환생하는 법을 연구하는 대신, 내 얼굴은 덕질에 최적화된 페이스라 자부하며 아무도 칭송하지 않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본다. “혼자로도 충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지만 계속 연습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정성 들여 해내고,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는 연습.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심장이 덜컥 내려앉지만 태연한 척하는 연습을, 감정의 균형을 잡는 연습을 한다.”(50쪽)
이영희의 에세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어려움, 나만 이렇게 시시하게 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갖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좌절감. 그런 것들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겨우 이만큼이지만 함께 힘을 내보자고 말을 건네주기 때문에. “나의 글을 읽은 누군가가 ‘하하. 이 사람도 한심하구나’ ‘나만 이렇게 헤매는 건 아니구나’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은, 그래서 진심이다. 이 자학이 세상 한구석 어떤 이에겐 부디 작으나마 격려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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