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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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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마티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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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나만 없어 고양이
전 세계가 고양이에 열광하고 있다. 고양이 사진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고양이 카페가 성행이다. ‘나만 없어 고양이’는 새로운 관용구가 되었고,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가상 세계에서 집사나 다름없이 활동하는 랜선 집사도 등장했다. ‘냥줍’ 후기는 언제나 인기 있는 콘텐츠다. ‘냥줍’의 주어는 인간이지만, 사연 속에서 인간은 고양이에게 선택되는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길고양이가 가게에 무단 침입했는데 나가지 않아 기르게 됐다거나 잠깐 눈을 맞췄을 뿐인데 고양이가 마치 점지하듯 앞발로 자신의 발을 잡았다거나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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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하다
나는 왜 굽실거리며 고양이‘님’과 사는가
평생 고양이와 함께해온 이 책의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기르는 이기적이고 식탐 많은 고양이 ‘치토스’에게 헌신하는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미국 자연과학 잡지 『스미소니언』에 뱀파이어 인류학부터 맥주 고고학까지 독특한 주제의 글을 기고해오던 그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탐구를 시작한 이유이다.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왜 인간과 영역을 나눠 쓰기로 했을까? 구하기 쉽지 않은 고기를 인간은 왜 고양이와 나눠 먹기로 했을까?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의문투성이였고 터커는 이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검치호랑이 등 멸종된 고양잇과 동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라브레아 타르 피츠를 비롯해 스미소니언 산하 자연사 기관, 크로커다일레이크 국립야생보호구역, 미 국립보건원 실험실, 전국의 캣쇼, 미국 최대 길고양이 보호 협회 등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을 인터뷰했고, 새로운 고양이 품종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브리더(breeder)들, 셀럽 고양이 ‘릴법’의 보호자 등을 만났다.
터커는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경위, 인간이 고양이에게 받는 것 없이 함께 사는 까닭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고양이가 어떻게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어째서 유독 고양이에 열광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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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풀숲에서 거실로 곧장 걸어 들어온 침입자
인간이 고양잇과 동물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며,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인간은 고기와 공간을 놓고 고양이와 경쟁해왔으며, 큰 고양잇과 동물과는 서로의 먹이를 빼앗고 또 서로의 먹이가 되는 끔찍한 관계였다. 하지만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많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었고, 인간은 마을의 안전 차원에서 주변의 상위 포식자를 사냥하거나 학살했다. 이때 오소리, 너구리, 고양이 등 소형 육식동물의 개체 수가 급증했을 테고, 이 짐승들은 인간의 식량을 가로채거나 우연한 보호를 받으며 점차 인간 문명의 가장자리에 머물게 되었을 것이라고 터커는 정리한다.
10년간 고양이의 조상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한 전문가는 고양이는 스스로 가축화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며 인간의 품에 안겼다는 뜻이 아니다. 일단 침투해서 먹이를 얻고 더 나은 상대와 짝짓기를 해 번성했다. 고양이는 가축으로 선택된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야생의 경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우리의 거실로 걸어 들어온 침입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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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아무것도 안 함
어쨌거나 제 발로 인간의 영역에 들어온 고양이는 여러 모로 다른 가축과는 다르다. 가축화된 대부분의 동물은 인간과 지내기 쉽도록 또는 유용하도록 현격한 신체적 변형을 경험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른 가축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신체적 변형을 거의 겪지 않았다. 물론 몇몇 ‘가축화 증후군’이라 할 만한 변형이 있지만 개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정말 가축화되긴 했는지, 가축화 과정의 주도권이 인간에게 있기는 했는지 의심한다.
게다가 인간은 가축이 유용하길 바란다. 허나 고양이는 어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물론 인간이 가축으로서의 고양이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없지는 않았다. 쥐를 잡는 것. 하지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대와 달리 고양이는 인간에게 해로운 쥐를 잡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 도시에 사는 고양이는 오히려 시궁쥐와 같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이일 뿐이라는 구체적인 증거 사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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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명적인 귀여움을 어찌할 것인가
저자는 인간이 고양이를 받아들인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와 마주치는데, 바로 고양이의 ‘귀여움’이다. 고양이의 외모에 대한 인간의 호감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고양이는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baby releaser)이라고 하는 것들을 다 갖추고 있다.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 속한다. 고양이는 다 자라서도, 심지어 오늘날 집 고양이의 원형인 리비카 종조차 어떤 인위적 조작 없이 인간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평균 3.6킬로그램인 고양이 몸집마저 갓난아기의 체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인간은 여기에서 ‘양육 본능의 오발’이라고 일컬어지는 끌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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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받는 포식자
아무리 아기처럼 생겼어도 고양이는 엄청난 사냥꾼이다. 고양이는 특히 섬에서 다른 종의 씨를 말린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섬에서 멸종한 척추동물의 14퍼센트가 고양이 때문이었다. 유독 고양이에게 치를 떠는 나라는 다양한 동식물군 유지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오스트레일리아다. 「오스트레일리아 포유동물을 위한 행동 계획」이라는 보고서는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오스트레일리아 포유동물 138종 가운데 89종의 운명에 고양이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한다.
미국에서는 고양이로부터 새를 지키기 위한 새 애호가들의 외로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고양이가 매해 죽이는 새의 수는 14억에서 37억 마리에 달한다. 새뿐만 아니라 69억에서 207억 마리의 포유동물과 파충류, 양서류를 죽인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길고양이들의 사냥 습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2012년 조지아대학교는 집고양이 50마리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사냥 여부를 관찰했는데, 절반가량이 활발하게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개는 먹지 않고 사냥한 자리나 주인이 볼 수 없는 곳에 버리고 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집고양이들에게 ‘원조받는 포식자’라는 별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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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은 소용없다
새 애호가들의 적수는 고양이라기보다 고양이 집사들이다. 새 애호가들은 고양이를 집 안에서만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인간이 억제할 수 없다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는? 다소 과격한 일부는 길고양이를 ‘박멸’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번번이 TNR(Trap, 포획 ― Neuter, 중성화 ― Return 또는 Release, 방사) 논리에 가로막힌다. ‘박멸’ 주장도 논란거리이지만 TNR이라고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사실 거의 효과가 없다.
터커가 만난 한 수의사는 “고양이는 번식 기계”라고 단정 지으며 “암컷과 수컷이 있으면 개체 수는 줄지 않아요. TNR이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는 전혀 없어요. 고양이가 100마리 있고 그중에 서른 마리를 중성화하면 문제가 30퍼센트 나아지는 게 아니에요. 아무 영향이 없어요”라고 덧붙인다.
고양이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공동의 판단이 필요한 순간은 있다. 한국에서도 소위 ‘캣맘’과 그들의 활동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멸종위기 종 보호, 차량 훼손 방지, 공중보건 등을 이유로 길고양이를 유해종으로 지정하고 포획 후 안락사시키겠다는 공공기관의 방침이 나온다면? 미국에서는 ‘고양이 로비스트’ 단체가 움직인다. 미시간주 스털링하이츠에서는 “동네를 위협하는 고양이”를 포획한 후 “되돌려놓지 않겠다”고 발표한 시장(市長)에게 전국에서 각종 협박 메시지가 날아왔다고 한다. 그중에는 살해 협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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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고양이 공원’
사람 사진보다 고양이 사진이 훨씬 많다
현실세계에서 종종 불거지는 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은 가상세계로 넘어오면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고양이 공원’이다. 구글 X랩이 컴퓨터 프로세서 1600개를 투입해 ‘비지도 학습’ 방식으로 유튜브 영상을 분석했는데, 고양이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지 컴퓨터는 인간 얼굴만큼이나 고양이 얼굴을 정확하게 식별해냈다. 또한 영국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국 인터넷 사용자가 하루에 올리는 고양이 사진만 380만 장에 달하며, 영국인 수십만 명이 자기 고양이만을 위한 소셜 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커는 다각도로 이러한 현상을 분석한다. 고양이가 다른 동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인터넷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아마도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결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있을 터인데, 가까운 소파에 앉아서 보는 고양이나 바다 건너 모니터를 통해 보는 고양이나 비슷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 얼굴에 특정 표현을 붙여 만드는 ‘고양이 밈’이 거의 불멸에 가깝게 살아남는 것은 원체 무표정에 가까운 고양이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표현을 읽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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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인간을 이해할 이유가 없지만,
인간은 고양이를 이해할 능력이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터커는 이 외에도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자세히 풀어놓는다. 개중에 집사라면 깊게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 하나 눈에 띈다.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 그래도 다른 고양이를 참고 견디는 것은 자신의 몸에 인간이 손을 댈 확률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사에게는 서운한 소리겠지만, 고양이는 본능인 것이다. 고양이는 아직 길들여질 준비가 되지 않은 동물인지도 모른다. 준비가 되면 그때는 또 스스로 인간에게 답을 내놓지 않을까.
고양이가 인간에게 건 주문이 무엇인지 이 책이 알려주지는 않는다. 고양이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저자는 그 주문을 깨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고양이는 나름의 역사와 전략을 가진 생명체임을, 그리고 고양이를 비롯한 여타 생명체에 대해 때때로 우리가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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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원서의 pet은 ‘애완동물’로, companion animal은 ‘반려동물’로 번역했다. 애완의 ‘완’(玩)이 ‘희롱하다, 장난치다’라는 의미의 한자어라는 점에서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었으나, 고양이의 경우 실내에서 기르면서 일대일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귀여움, 예쁨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반려동물’은 인간이 동물을 곁에 두었던 이유나 상황 전반을 아우르기엔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동물복지’ 관념이 강하게 묻어난 최신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pet은 애완동물로 번역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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