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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 살인사건
아작
코니 윌리스 지음, 신해경 옮김
2017-12-24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b>이유 없이 설레고 들떴던 예전의 크리스마스,
그 가슴 뛰던 순간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포함, 장단편을 넘나들며 지난 30여년간 주요 문학상을 50여 차례나 수상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명예의 전당 헌정자, 영미권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코니 윌리스가 그동안 써온 크리스마스 단편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만 골라서 엮은 2017년 최신간 소설집. “크리스마스는 진짜 크리스마스답게, 언제나 내내 크리스마스처럼.”
요즘 크리스마스는 도대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야 할지 몰라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시간을 혼자 견뎌야 해서,
또 그다음에 올 모든 날 역시 혼자 견뎌야 해서,
모든 게 이 모양이지만,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든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니 윌리스의 진짜 크리스마스 이야기.
코니 윌리스의 유머러스한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
- <퍼블리셔 위클리>
달콤하면서도 날카롭고, 변덕스러우면서도 진심이 어려 따뜻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
- <커커스 리뷰>
<b>A. 수록작 소개
우선 이 작품집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니 윌리스가 누군지 모르셔도 상관 없습니다. 이 단편집은 재밌습니다. 아주 우울한 이야기만 빼면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거의 모든 분위기를 다 수록한 선물세트 같아요. 코니 윌리스는 크리스마스에 무고한 생명들을 너무 많이 희생시킨 안데르센을 싫어하거든요. 수록작들의 장르도 다양합니다. SF와 코미디와 환상소설은 물론, (비교적) 진지한 드라마와 추리소설과 가벼운 호러물까지 준비돼 있습니다. 수록된 단편들을 간략히 소개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말하라 유령> 악독한 전부인 때문에 점점 양육 주도권을 빼앗기는 서점 직원과 독서를 사랑하는 그의 딸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는 그들을 위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세 유령을 보내주고… 말았습니다. 유머러스하지만 다 읽고 나면 진한 애수를 남기는 작품.
<고양이 발 살인사건> 이 단편집에서 유일한 미스터리 소설. 유인원들의 지능을 향상시키고 말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이상한 연구실에서 세기의 탐정과 그의 친구(라고 쓰고 조수라고 읽는)를 초대합니다. 그 목적은… 어쨌든 코니 윌리스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패러디하면서 이야기를 자기 스타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합니다.
<절찬 상영중> '코니 윌리스는 멀티플렉스 극장을 매우 싫어한다'라는 주제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패러디가 이어집니다. 미래의 슈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그날따라 이상하게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영화광의 기묘한 모험기. 물론이죠. 고전 영화를 사랑하면 이런 근사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요.
<소식지> 어느 겨울, 한 남자는 세상 사람들이 갑자기 더 친절해지고 똑똑해지고 상냥해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본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그 반대가 되는데 말이죠.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령 신체강탈자의 침입이라거나… 어쨌든 고전 영화를 사랑하면 이런 근사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요.
<동방박사들의 여정> 어느 날 목사는 설교 중에 예수가 재림했음을 직감하고 그 직감을 따라 무작정 차를 몰고 서쪽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는 많은 신호를 발견하며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유머를 최대한 억제했다는 점(그래도 가끔 못 참고 나옵니다)과 결말을 맺는 방식이 평소의 코니 윌리스와는 다른 작품. 그러고보니 《둠즈데이 북》도 그랬군요. 둘 다 제가 참 좋아합니다.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 지구 북반구 전체에 몰아친 엄청난 눈보라에 얽힌 여러 인물들을 옴니버스 풍으로 배열한 이야기. 지구온난화 버전의 <러브 액츄얼리>. 진짜예요. 정말 비슷합니다.
<b>B. 닥터 크리스마스러브
(코니 윌리스와 크리스마스 중 하나 이상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
어두운 12월이 낮에 그늘을 드리우고
우리 가을의 기쁨을 앗아가면
쓰레기 같은 시든 눈더미로
햇빛이 짧고 비스듬히 떨어지면
차갑고 무익한 마음이 솟구쳐...
- 월터 스콧의 서사시 《마미온》 5장, 코니 윌리스의 단편 <말하라, 유령>에서 재인용
역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 중 가장 멋진 도입부를 가진 작품은 무엇일까요. 코니 윌리스는 《작은 아씨들》을 꼽았습니다. 바닥 깔개에 누운 조가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고 투덜거리는 장면이죠. 크리스마스 정신을 한 문장 속에 축약한다면 바로 저 대사일 겁니다. 다른 누군가와 서로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주고 받는 행위에는 크리스마스가 담고 있는 여러가지 마음이 한데 녹아 있죠. 물론 여기에는 그림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므로, 선물을 받지 못하는 이는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로부터 탈락한다는 사실이죠.
크리스마스는 좋은 것이지만 그 좋은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성탄절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고독하거나 가난하거나 너무 바쁘거나 아프거나 만나기 싫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거나 해서요. 세상은 불공평하며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기대하지 않는 쪽이 현명합니다. 위험부담이 없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흠으로 여겨지지는 않으니까요. 상황이 좋으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아니면 가급적 무시하는 쪽이 편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나'에게 종속시키는 거죠.
저는 요즘 사람들이 갑자기 크리스마스 정신(또는 지역에 따라 이를 대체할 만한 추석 정신 등)을 망각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잘 알고 있지요. 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현실과 이상적인 크리스마스 사이가 얼마나 넓게 벌어져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크리스마스가 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정신이 무언지도 알고, 이날을 맞이한 모두가 사랑과 관용을 주고받지는 못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조차도 예외가 아니었죠(헤롯 왕이 예수를 제거하고자 그 지역의 영아들을 모두 죽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크리스마스 관련 작품에 '기적' 또는 그와 비슷한 단어들이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의 어느 하루가 나머지 삼백육십사 일과 다르다고 믿기 위해서는 놀라운 사건이나 그에 준하는 다짐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이런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를 크리스마스에게 종속시킨 사람들이죠.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믿고 싶지 않을 때조차 믿고 있습니다. 거부하고 싶지만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좋은 거니까요. 때로는 심각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간으로서 서로 미덕을 주고받는 게 마땅하고도 옳다는 사실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정하지 못하니까요. 코니 윌리스의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다 이렇습니다. 세세한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같이 선하죠. 심지어 스스로가 그런 인물임을 자각하지 못할 때조차도 그렇습니다(이쪽이 더 매력적이죠. 《둠즈데이 북》이 그랬듯이요). 이 인물들을 다 모아 놓으면 '크리스마스 정신의 수호자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겁니다. 아니면 '그리스도를 본받아' 라거나요.
(여기서 코니 윌리스의 악역 캐릭터 설정이 유독 평면적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코니 윌리스의 소설에서 선인과 악인이 캐릭터 대 캐릭터로 평등하게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악은 주인공에게 장애물과 시련을 안겨주는 일종의 배경 장치로 쓰입니다. 신의 뜻에 의거한 선한 의지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산상수훈에서 천로역정을 아우르는 기독교 문학의 전통이죠)
그럼 이렇게도 볼 수 있겠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코니 윌리스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추구하는 선한 목자의 정신이 실제 현실과 명시적으로 접촉하는 날이라고요. 소설 속에서 늘 그려온 세계관을 이날만큼은 세상 사람들과 함께 직접 떠들어도 괜찮다고요. 왜냐하면 이날은 세상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모두에게 권장하는 예외적인 하루, 신성한 카니발이니까요. 기적처럼 반짝이는 24시간이죠. 얼마나 행복할까요. 코니 윌리스가 크리스마스 매니아가 된 건 우연이 아닙니다.
<b>C. 이 선물을 받아 주세요
네. 코니 윌리스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합니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크리스마스를 다룬 중단편만으로 한국어 기준 800여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 좋아합니다. 다른 증거도 있습니다. 단편들 속에 코니 윌리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그 작품이 왜 좋은지 미주알고주알 알려줍니다. 평소에도 코니 윌리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을 자기 작품 안에서 곧잘 소개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합니다. 완전 흥이 올라 있는 게 느껴질 정도예요. 명망 높은 작가가 '이거 봤어? 너무 좋은데 아직 못 봤어? 음… 내가 특별히 목록을 알려줄 테니까 한 번 보지 않을래?' 라고 옆에서 계속 떠듭니다. 웃기죠. 좀 메타적으로 웃깁니다. 물론 소개된 작품들은 (제가 접한 작품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다 매력적이긴 하지만요.
또한 크리스마스 자체가 늘 다양한 소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코니 윌리스의 입맛에 딱 맞지요. 사람들은 명절을 앞두고 수많은 선물과 카드와 가족 소식지와 음식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사고는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이 모든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 특별한 명절이 행복을 선사해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난장판 같은 현실과 드높은 이상 사이의 간격이 무척 넓은데, 그게 크리스마스라면 무리한 설정이 아니지요. 이번 단편집의 포문을 여는 작품 '기적'이 이러한 특성을 십분 활용합니다. 얼핏 황당하다 싶은데, 이게 몇몇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의 원형을 패러디했음을 떠올려 보면 또 웃깁니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면 절대 쓸 수 없는 플롯이니까요. 그만큼 코니 윌리스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거겠죠. 이 단편집은 말하는 고릴라와 외계인과 각종 사회정치적 문제와 광신도와 음모론자들을 등장시키지만, 이 특이한 소재들은 유서 깊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의 전통에 안착합니다. 기발하지만 안전합니다.
매튜 본의 발레 공연을 볼 때처럼, 크리스마스만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매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출한 재밌는 소설집을 읽고 싶으시다면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단편집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기도 할 뿐더러 진심으로 크리스마스 정신을 (크리스마스가 아닐 때에도) 지지하는 작가의 이야기니까요. 짧게 줄이자면 '따뜻한 마음'이 책 속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 <말하라, 유령>은 월터 스콧 경의 서사시 《마미온》을 두 번 인용하며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빛과 그림자를 각각 보여줍니다. 이 글의 도입부에 실린 게 그 중 하나죠. 나머지 하나는 아래와 같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기독교인들은,
한해가 찬찬히 지나 또다시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면,
몹시도 좋아하며 환대했다네
리본으로 장식한 넉넉한 갈색 그릇에
향기로운 술을 담아 한 순배 돌리고... (마미온 16장)
어두운 12월이 우리 가을의 기쁨을 앗아가고, 차갑고 무익한 마음이 솟구칠 때, 그 즈음의 어느 날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물론 모두가 리본으로 장식한 갈색 그릇을 건네받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나 그또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의 일부입니다. 코니 윌리스는 다 알고 있습니다. 누가 기쁜 앤지 슬픈 앤지, 그리고 그들 각자에게 필요한 선물은 무엇일지... 여러분이 크리스마스에 필요로 하는 어떤 종류의 마음이건 이 책 안에 있을 겁니다. 이 작가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전문가니까요. 이 웃기고 슬픈 이야기들이 희망을 유지시키거나 더 크게 키워줄 거예요. 그러니 이 책과 함께…,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부디 조금 더 행복한 성탄절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1945년 12월 31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콘스탄스 일레인 트리머 윌리스다. 오랫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여러 잡지에 작품을 기고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1982년 단편 <화재감시원>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단편 <화재감시원>을 표제로 한 단편집 《화재감시원》(1985)은 그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었다. 단편 <화재감시원>은 이후 《둠즈데이북》(1992), 《개는 말할 것도 없고》(1998), 《블랙아웃》(2010), 《올클리어》(2010)로 이어지는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모태가 되기도 했는데,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은 전 작품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첫 번째 장편 소설 《링컨의 꿈》(1987)으로 존 캠벨상을 받았고, 1992년에 발표한 이 책 《둠즈데이북》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은 물론 로커스상을 휩쓸며,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로 이어지는 SF 문학계에 코니 윌리스 전성 시대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코니 윌리스는 그동안 장단편을 넘나드는 왕성한 작품 발표로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 수상 등 역사상 가장 많은 메이저 SF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손꼽히며, 2009년 SF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2011년에는 그 모든 업적과 공로를 아울러, 역사상 28번째로 ‘그랜드 마스터상’을 받으며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코니 윌리스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내에도 휴고상과 네뷸러상 등 메이저 문학상을 수상한 중단편을 모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 《화재감시원》(2015)과 《여왕마저도》(2016)를 비롯, 유행의 근원을 추적한 《양 목에 방울달기》(2016), 완벽한 소통과 사랑을 다룬 《크로스토크》(2016), 크리스마스 단편집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2017), 《고양이 발 살인사건》(2017) 등이 번역 소개되어 있다.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 또한 모두 출간 예정이다.
말하라, 유령 9
고양이 발 살인사건 55
절찬 상영중 129
소식지 199
동방박사들의 여정 261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 341
부록 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