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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평전 - 알려지지 않은 별, 역사가 된 사람들
서해문집
최백순 지음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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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항일투쟁의 마지막 불꽃, 새로운 세상을 향한 쉼 없는 도전
남과 북 양쪽에서 외면한 금기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서사로 되살려내다!
한반도,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 상하이, 만주, 사할린, 일본 등
동북아와 러시아를 넘나드는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치열한 고투!
금기시되었던 이름, 알려지지 않은 별들의 처절한 역사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는 이름이 있는 반면,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시되고 금기시되어 역사적 기록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름도 있다.
바로 조선공산당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남쪽 정부에 반공정권이 들어서고 친일파가 득세하면서 조선공산당의 항일독립운동과 노동자?민중을 위한 투쟁은 철저히 가려졌다. 또한 북쪽에는 집권자가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그와 다른 길을 걸었던 세력들이 잇따라 숙청되며 집권자의 역사만이 주요한 역사로 인정받았다.
이른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기획했던 6.10만세운동은 이름 정도만 알려지는 게 바람직했고, 해방 직전까지 국내 항일투쟁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이들이 공산주의자임은 더더욱 널리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은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왔고, 그때마다 봉인되었던 역사가 하나하나 빛을 볼 수 있었다. 광복 50주년이었던 1995년에 이동휘가 서훈 대상에 포함된 이후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에는 김재봉, 권오설, 조동호, 김철수, 김단야 등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98명이 서훈을 추서받았다.
<b>19세기 러시아 한인들의 독립운동부터 조선공산당 창당과 좌절,
그리고 당 재건을 위한 험난한 싸움…
조선공산당은 정식 창당은 1925년이지만, 저자는 그 뿌리를 찾기 위해 19세기 러시아까지 찾아가 1860년대부터 이주를 시작한 러시아 한인들의 독립운동을 소개한다. 이어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은 한인들의 사회주의 운동과 한인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 창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르쿠츠크파와 상해파, 유학생들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재일조선인 사회주의 운동세력, 서울청년회를 중심으로 이어진 국내 사회주의 운동세력의 생성과정과 활동내용을 보여준다. 이들은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함께하고 소작인들의 조직을 만들거나 대중강연회를 여는 등 기층 대중 속에서 활동하면서 이 활동의 구심점이 되어줄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피나는 싸움을 했다.
이 과정에서 각 그룹들은 대립하고 갈등할 때도 있었고, 협력하고 타협할 때도 있었다. 운동의 주도권과 코민테른 승인을 둘러싼 그룹들 사이의 견제와 갈등이 증폭될 때도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구성원들이 대거 체포되고 조직이 궤멸되는 상황 속에서도 조선공산당 지도부를 네 차례에 걸쳐 꾸려냈고, 지도부가 구성되지 않았을 때도 일제에 저항하고 노동자, 농민을 조직화하며 당을 재건하기 위한 치열한 분투를 했다.
<b>우리 근대사의 주요 순간들, 역사의 진보를 위해 싸우던 인물과 단체
《조선공산당 평전》에는 조선 말기부터 해방까지 이르는 우리 근대사 속에서 독립운동과 진보정당 운동, 노동자와 농민들의 투쟁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오랜 기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인물과 단체 들이 대거 등장한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조선인들의 러시아 이주와 그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진행한 학교 설립, 신문 발행, 군대 조직의 활동상들이 본격적인 조선공산당 창당에 앞서 비중 있게 소개된다. 또한 상해임시정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19년 4월의 한인사회당 창당과 독립운동 진영을 파탄으로 몰고 간 코민테른 자금 200만 루블 사건 역시 관심을 끌 만한 것들이다. 러시아 공산당 주최로 이르쿠츠크파가 준비한 극동민족대회와 이 대회에서 추진이 결정된 베르흐네우딘스크 통합당대회는 조선공산당 창당과 관련해서 중요한 사건들이며, 자유시참변과 신의주 사건 역시 비극적이고 안타깝지만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다. 1923년에 있었던 경성고무공장 노동자 연대파업이나 1926년 6월 10일 순종의 인산일에 기획되었던 민중항쟁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활동임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다.
대중조직과 전위조직을 망라한 다양한 조직과 단체의 활동상도 서술되어 있다. 한인들이 최초로 만든 사회주의 정당인 한인사회당과 볼셰비키 한인 2세 중심의 전로한인공산당, 오랜 기간 대립하게 되는 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와 고려공산당 상해파, 일본에서 활동하던 북성회와 이들이 국내로 들어와 만든 북풍회, 국내에서 활동을 해오던 서울청년회 등 조선공산당의 주요 그룹은 물론, 조선노동공제회, 조선노농총동맹, 재일본조선노동총동맹, 신사상연구회 등의 활동도 소개했다.
책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이동휘나 조봉암,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의 경성트로이카 이외에도 뜨겁게 살다 간 수많은 운동가들의 생애와 만날 수 있다. 한인 최초의 볼셰비키로 한인사회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알렉산드라, 코민테른 극동서기국에서 일한 남만춘 등 러시아 한인들, 안동 풍산에서 노동자, 농민들을 조직하고 조선공산당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풍산 트로이카 김재봉, 권오설, 이준태, 서울파의 지도자 김사국, 일본에서 유학하다 경성에 들어와 북풍회를 만든 김약수 등의 활동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조선공산당을 구성한 다양한 뿌리와 일제강점기에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저항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b>창당 전사前史의 서술과 서사적 재구성에 힘쓴 진보정당 활동가의 5년 작업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정의당을 거치며 진보정당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저자는 젊은 시절 영국의 아이작 도이처에 매료되어 그의 짧은 글까지 찾아내어 읽었고, 그를 포함해 민중과 함께 불꽃처럼 살다간 이들의 전진과 좌절의 서사를 삶의 이정표로 삼아왔다. 우리에게도 커튼 뒤에 가려진, 그런 서사의 인물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그들에 대한 각종 자료를 찾았다. 때로는 전업 활동가로 때로는 반전업 활동가로 지내오며 틈틈이 집필 준비를 하던 저자는 2013년부터 본격적인 저술에 들어가 5년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 계열의 활동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활동가들의 무대가 러시아, 중국, 일본 등으로 다양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연구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예로 새로운 자료와 연구가 발표될 때마다 극동민족대회에 참석 인원 숫자가 수정되고는 했다. 다행히 로버트 스칼라피노와 이정식, 김준엽과 김창순의 1세대 고전들이 있었고, 새로운 사실과 해석이 더해진 임경석 교수, 전명혁 교수 등의 연구가 이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 성과들을 종합하는 것은 물론, 신문과 잡지 등 당시 자료까지 찾아내는 열의를 보였다.
《조선공산당 평전》이 조선공산당을 다룬 기존의 출판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조선공산당 창당 이전의 역사를 큰 비중으로 다루었다는 것과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흥미진진한 서사로 엮어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선공산당 이전의 인물들이 그 역할에 비해 우리 역사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들의 서사가 오늘날 진보정당의 뿌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최대한 풍부한 내용을 담으려 했다. 또한 논문이나, 논문 모음 성격의 단행본 등으로 발표된 그간의 연구 성과를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엮어낸다는 점은 조선공산당을 둘러싼 진보적 활동가들의 역사를 대중에게 폭넓게 전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b>경복궁역 7번 출구와 낙원동 돼지머리고깃집을 기억하라!
발로 찾아내 재구성한 조선공산당의 흔적들
종로구에서만 12년째 거주 중인 저자는 그 시절 서울 4대문 안에서 벌어진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행적을 찾아 이를 실감나게 재구성했다. 자료를 접할 때마다 직접 현장을 찾은 그는 현재 경복궁역 7번 출구가 한성임시정부 첫 회합터였고, 낙원동의 돼지머리 고깃집들이 화요회 회관 자리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조선공산당 창당 당시 김찬이 살던 하숙집 자리는 3개월 만에 찾아냈고, 한성임시정부 수립 당시 김사국이 살던 하숙집을 찾는 데는 1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저자가 발로 찾아서 확인한 당시의 흔적들은 책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책을 읽다 보면, 1925년 4월의 어느 날 하숙집을 나서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장소로 향하는 김찬과 김재봉의 긴장된 발걸음과 그들이 보던 거리의 풍경이 눈앞에 보일 듯하고, 북풍회관에 모인 사람들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귓가에 들릴 듯하다. 그런 생생한 역사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크나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젊은 시절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평론가였던 아이작 도이처Issac Deutscher에 매료되어 그의 짧은 글들까지 찾아내어 읽고는 했다. 그처럼 민중과 함께 불꽃처럼 살아간 이들의 전진과 좌절의 서사를 삶의 이정표이자 나침반으로 삼아왔다. 우리에게도 커튼 뒤에 가려진, 그런 서사의 인물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이 있음을 알게 됐고, 낯선 동토의 땅, 디아스포라의 운명에 맞서 진보(정당)운동의 기원이 된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는 꿈을 꾸었다. 《조선공산당 평전》은 그 꿈을 실천에 옮긴 결과물의 하나다. 2017년 현재는 인문사회과학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와 ‘열정과 진보 그리고 유혹의 미디어’ <레디앙>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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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재건을 위한 흐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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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디아스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