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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책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2017-07-10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유려한 문장으로 밝힌 책!

“아서 프랭크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자신의 경험
안으로 안내한다. 그는 질병 경험을 에두르지 않고 직면하면서 통과하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여준다.” </B>

『아픈 몸을 살다』는 『몸의 증언』의 저자 아서 프랭크(Arthur Frank)가 자신의 질병 경험(특히 암)에 대해 쓴 개인적인 에세이다. 사회학 교수로 젊고 건강했던(건강해 보였던) 저자는 39세에 심장마비를 겪고 그 다음 해에는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가 수술과 화학요법을 통해 회복한다. 이런 경험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지만 『아픈 몸을 살다』를 질병 수기라는 말로 전부 설명하기엔 부족한데,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질병 수기라는 장르의 글에서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내용들, 즉 질병(고환암)의 증상-시도해 본 치료법-치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고통-치료 성공과 일상으로의 복귀-다른 암환자들을 위 한 조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질병 경험에 대한 '서술'을 넘어질병 경험에 대한 '사유'로, 저자 자신이 질병을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을 짚어가며 인간의 삶에서 질병의 의미를 묻고 재의미화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아서 프랭크가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듯이, 한 개인에게 있어 질병은 의료용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저자가 질병을 통과하며 겪고, 관찰하고, 화제로 삼는 내용들도 다양하다.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삶의 위기,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통증, 수술과 화학요법, 돌봄, 의료시스템 안에서 환자의 위치, 환자에게 요구되는 긍정적인 태도, 암과 오명, 주변 사람들의 태도(부정, 인정, 비난), 경이로서의 몸, 이야기의 힘, 아픈 사람들의 이야 가 중요한 이유…. 하지만 이 모든 화제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저자의 통찰은, 질병은 우리를 삶의 경계로 데려가며 그곳에서 우리는 삶을, 자기 자신을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투명하게 마주보게 된다. 죽음 가까이 가는 이 여행은 물론 위험하지만 또한 모험이고, 경이를 발견하고 배우는 과정이며, 변화와 다른 삶의 가능성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은 "위험한 기회"라는 것이다.

아서 프랭크의 질병 이야기에서 질병과 환자의 의미와 위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에 놓인다. 질병은 그저 불행한 일, 피해야 하는 일, 빨리 벗어나야 하는 일,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새롭게 되는 기회,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자는 치료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그치는 것 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목격자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 자체가 아픈 사람이 가지고 돌아온 새로운 이야기의 한 사례다. 질병을 보는, 질병을 이야기하는, 혹은 질병을 '사는' 이런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다. 아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유려한 문장으로 밝힌 책! "아서 프랭크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솔직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자신의 경험 안으로 안내한다. 그는 질병 경험을 에두르지 않고 직면하면서 통과하는 일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여준다."

아서 프랭크의 이 에세이는 질병이 가져오는 상실과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그저 피해자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또한 모든 어려움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흔한 질병 서사의 영웅 이야기도 아니다. 위 험과 기회, 고통과 축복, 위기와 새로 얻은 삶 등 모순되는 요소들을 또렷한 비전을 가지고 함께 엮어 말하기 때문에 영적 차원의 울림도 크지만 '신이 주신 질병으로 삶이 변화되었다' 식의 간증과도 거리가 멀다. 세속적이고 평이한 용어들로 질병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깊이를 드러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미덕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사유의 무게가 만만치 않으면서도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중병 은 그 여행자들을 인간 경험의 가장자리로 데려간다. 한 발짝만 더 나아가도 그렇게 아픈 사람은 돌아 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여행이 인정받기를 원한다", "몸을 통제하려하기보다는 몸의 경이를 인 식하길 권한다", "내가 삶과 바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었다"처럼 경구와도 같 고 논증보다는 직관의 결과인 '심오한' 말들이 자주 나오지만 저자의 경험을 우리가 함께 되짚어가며 듣는 이야기이기에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개인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마주쳤던 것들을 복기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쉽게 그 경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만 언제나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유를 만들기에 꽉 찬 깨달음의 기쁨을 함께 느끼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가 무척 크다. 우리 사회에는 건강하고 젊고 '정상적'인 몸에 대 한 내외부의 집착과 압력이 가득하며, 동시에 아픈 몸에 대한 공포와 회피와 비난 역시 존재한다. 또 한 속도와 성과,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산업화 시대의 습속에다 자기계발시대의 스스로 채찍질하기가 더해진 삶의 방식이 규범이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개인들의 몸이 짊어지는 하중이 과도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게 된다는 것은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다층의, 다중적인 위기를 겪게 됨을 의미 한다. 직간접적으로 질병을 경험하는 사람들과 만성질환을 안고 아픈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의학적 어려움 훨씬 이상인, 여러 종류와 층위의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은 아주 드물다. 치료와 섭생 이야기, 종교적 간증 이외의 질병에 관한 이야기들(질병 수기 포함)이 상대적으로 극소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노년, 질병, 장애, 죽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한 모 임, 강연, 연구물, 책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 으며 취약한 필멸(必滅)의 몸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이런 필요와 요구에 부응해 질병의 의미를 전환시킬 수 있는 이야기, 아픈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는 이야기, 고통에 대한 다른 시각을 줄 수 있는 이야기, 그럼으로써 고통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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