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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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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위즈덤하우스

박경석.정창조 지음

2024-06-25

대출가능 (보유:2,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당연한 일상의 폭력을 멈춰 세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투쟁의 기록

2021년 12월 3일 출근길 아침,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한 무리의 장애인들이 나타났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활동가와 회원 들이 지하철 승강장에 모였다. 1년여가 지나자,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이 모인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 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말부터는 승강장에 머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시민의 발, 지하철은 장애인권을 외치는 이들 앞에서 굳게 문을 닫았다. 그 싸움이 어느덧 햇수로 4년째를 맞이했다. 뜨겁던 취재 열기는 사그라들었고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그들을 둘러싼 논쟁도 차츰 잦아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일 아침 8시 지하철 승강장에 모이고 있다. 연행되고 쫓겨나고 “욕설과 혐오의 무덤”에 파묻히면서까지 출근길 지하철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필 지하철인가?’, ‘정치를 하려면 국회로 가라’, ‘합법적으로 요구하라’는 말에 “감히 출근길에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지하철을 타는 망극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답하는 책 《출근길 지하철: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이 출간되었다.
“혼자만의 경험으로 남겨두기에는 장애인운동으로부터 받은 게 너무 많다”는 그는 “출근길에 지하철 타는 행동을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살지보다 어떻게 죽을지를 더 많이 고민”하며 세상에 남아 있는 다정한 동료들에게 자신이 받은 것들을 나누기로 했다. 많은 이들에게 낯선 사실일 수 있겠으나 전장연이 지하철에 처음 출몰한 것은 2021년이 아니다.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에 대한 항의로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한 이후 그들은 한 해도 지하철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왜 지하철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박경석 활동가는 1988년 그가 처음으로 집회에 나가고 농성에 참여한 때부터 장애인운동을 해온 모든 시간을, 이동하지 못해 교육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해 노동하지 못하고 방구석과 시설에 갇혀 살아온 수많은 삶들을, 활동가 박경석을 만들어낸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소환해야 했다. 그가 출근길 지하철과 장애인을 태우지 않고 떠나가는 버스의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은 그 혼자만의 말이 아니라 목소리가 없다고 여겨지는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였고 수십 년 전 스러져간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겹쳐온 메아리였으며 한국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기록이 되었다.
박경석 활동가의 말이 그 혼자만의 말이 아니듯, 이 책 역시 혼자만의 책이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은 노들장애학궁리소 정창조 연구활동가가 박경석 활동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지난 세월 경험한 장애인운동과 그 바탕이 된 생각을 충실히 듣고, 함께 겪어온 사건들과 그의 공적 발언, 그와 나눈 사적 대화까지 복기해 여러 활동가들과 세세하게 확인하며 정리한 기록이다. 정창조 활동가는 박경석 활동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을 엮어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자 애썼던 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싸움, 모두에게 편리한 저상버스가 도입되게 한 사건, 시설 바깥에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과정을, 수십 년간 현장에서 울리며 자유와 해방감을 선사해온 박경석의 말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b>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수십 년을 외쳐온 구호의 행간을 듣다

그러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동시키고자 한결같이 애써온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외쳐온 말들이 출근길 발길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가닿기엔 이 사회의 속도가 너무 빨라 소수자들의 말은 짧은 구호로 압축되기 쉽다. “당신들의 일상을 위해 죄 없는 시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지 마라.” 한마디를 반박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말이 필요하지만 지하철은 그 말 앞에 멈추지 않고 역을 통과해 지나간다. 승강장에서 들려 나가기 직전까지 애써 말을 건네보아도 그들의 목소리는 “특정 장애인 단체의 불법 시위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 방송에, “승강장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불법이니 즉시 퇴거하라”는 경고 방송에 방해받는다. 《출근길 지하철》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들의 속도로 이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말하고 전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그 말들에 귀 기울일 의지만 있다면 이 책에서 왜 아직도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지, 중증장애인의 노동이 비장애인들의 노동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 바깥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으며 그 삶이 비장애인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이들을 내버려두고 쓸모 있는 노동력만 골라 실어 나르는 출근길 지하철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로 기능한다. 그 ‘정상인’의 속도에서 낙오되는 순간 누구든 열차에서 튕겨 나와 시설에 격리될 수 있다. 원형경기장 같은 문명은 늘 힘없는 자들끼리 자신의 생존을 걸고 싸우게 만들지만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언제까지나 다음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끝없이 쓸모를 증명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이들의 말은 결코 장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행히 이들의 구호는 “‘함께’ 살자”는 말로 끝난다. 그 말처럼 박경석 활동가는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지, 세상이 나빠져만 가는 것 같을 때 어디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 비장애인일 때는 보이지도 않던 중증장애인들을 현미경을 들고 보듯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상이 제일 무능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며 그러모아온 선물이다. 책 속에서 그는 전장연의 활동을 자주 ‘씨앗’에 비유한다. 당장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더라도, 어쩌면 처절하게 패배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 우리 문명과 일상의 폭력성을 알리며 존재를 드러내는 장면들, 폭력적인 사회를 멈추기 위한 실천들을 씨앗처럼 사회 곳곳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가 발아하기를 기대하며 심어둔 하나의 씨앗일 것이다. “그의 책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계속 쓰여갈 것이며, 거기에 어떤 내용이 적힐 것인지는 여러분들이 그곳에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따라 매번 다르게 결정될 것”이라는 공저자 정창조의 말처럼, 《출근길 지하철》은 닫힌 문을 열고 나와 그의 곁에 서줄 이를 부르는 책이다. 경찰의 방패에 가로막힌, 승강장 바닥에 내팽개쳐져 시민들의 발뒤꿈치를 맴돌던 박경석의 말을 길어 올리면 한국 사회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냉정한 현실에도 결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다정과 치열한 현장에서 더욱 빛나는 위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빨갱이 장애인’ 정태수와 박흥수를 만나 장애인운동에 말려든 박경석과 박경석을 만나 장애인운동판에 동화되어버린 정창조처럼 모든 존재의 권리를 생산하는 장애인운동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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