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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 - 86포퓰리즘 넘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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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영 지음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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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86 정치인들은 민주화에 기여했으면서도
왜 지금의 민주주의와 늘 불화할 수밖에 없는가
이 책은 1980년대 대학생활을 한 1960년대생 전체를 하나의 틀로 묶어 세대론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적 1980년대’를 학생운동 활동가로서 보내고 1990년대 중반부터 정계에 진출한 86 정치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적인 정치 이슈를 다룬다. 한때 젊은 정치인들로 주목받았던 86들이 왜 이제는 ‘용퇴론’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들은 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하며 한국 정치의 민주화에 기여를 했음에도, 왜 지금의 민주주의와 자꾸만 어긋나고 있는가? 저자 황두영은 세대갈등, 시대정신 등의 피상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86들의 정치적 세계관의 형성 과정을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밝혀내면서 현재 86의 상황과 문제들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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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포퓰리즘
이 책은 86들의 정치행동을 ‘포퓰리즘populism’의 틀로 설명한다. 포퓰리즘은 한국에서 흔히 ‘인기영합주의’로 오해되지만 이는 일종의 부작용일 뿐 포퓰리즘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포퓰리즘이란 사회가 궁극적으로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서로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고 각 진영 내에서는 같은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보는 정치행동이다. 포퓰리즘 관점에서 민중의 모든 고통은 엘리트들의 착취와 부정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중은 엘리트들을 몰아내야만 민중의 뜻에 따른 정치를 할 수 있다.
86들의 정치관에서는 ‘국민’을 ‘기득권 엘리트’의 대척점에 선 단일한 집단으로 전제하며, 86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국민’에 속하기 때문에 그들을 대변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민주당 정권이 정치적으로 도전받을 때마다 86포퓰리즘은 기득권에 맞서는 ‘국민’을 상정하려 했으나, 다양한 이견을 내는 다양한 사람들은 그 ‘국민’의 틀에 좀처럼 묶이지 않았다. 86들은 수많은 이견들을 조율하는 대신, 자신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윤리적으로 단죄하는 포퓰리즘 해결책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은 민주주의의 ‘일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86포퓰리즘이 2020년대에 필요한 민주적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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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금의 86이 되었는가
86포퓰리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86들의 정치적 일대기가 이 책 전반에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1장에서는 박정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배, 분단, 전쟁으로 ‘결손국가’가 된 1960년대 한국에서 나고 자란 86들은 국난극복을 정권의 명분으로 삼은 박정희 정권 치하에서 민족중흥의 주체가 되어 조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임무를 끊임없이 주입받았다. ‘정상국가 콤플렉스’는 86들의 국가관과 공적 자아의 개념을 파악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2장부터 본격적으로 86포퓰리즘이 등장한다. 청년이 된 86이 어떻게 전두환 독재정권의 집권을 계기로 어떻게 ‘지배세력’과 ‘민중’이라는 이분법적 정치를 구성했는지를 설명한다. 86포퓰리즘만의 특징이 무엇인지는 3장에서 깊게 다룬다. 시대 상황이 만든 역사의 공백은 이분법적 세계관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면서 86포퓰리즘 안에서 미국과 북한의 역할이 규정된다. 한편 86들의 머릿속에서 정치적 지향이 되어버린 민중의 개념을 소개하고, 왜 86들이 대의정치의 대표자라기보다 마치 종교공동체의 성직자처럼 민중을 ‘체현’하는 대표자로 나서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4장은 1987년 6월항쟁을 전후한 86포퓰리즘의 짧은 전성기를 다룬다. 직선제 개헌 이후 군부독재정권의 재등장을 배경으로 전대협을 대표로 하는 86 학생운동세력은 어떻게 통일운동에 매진하게 되었는지, 왜 선거정치의 중요성을 간과했는지를 살펴본다. 5장은 제도정치권에 진입했으나 86포퓰리즘 정체성이 현실 정치와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으로 포퓰리즘의 이분법은 ‘외세―민중’이 아니라 ‘적폐―(깨어 있는)시민’으로 전환되면서 86들은 새로운 정치적 명분을 갖고 부활하게 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지금 86의 모습을 담았다. 86포퓰리즘을 ‘반적폐 포퓰리즘’으로 업데이트해 정권 창출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근대적 민주국가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86들의 정치행동이 어떻게 현재의 유권자들과 어긋나게 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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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문제의 핵심을 짚는다
저자 황두영은 국회의원 보좌관부터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까지 정치권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지금도 칼럼과 방송을 통해 정치 이슈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감각과 필력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현재 한국 정치에 대한 이론적인 해설에 그치지 않고, 날카롭고 명쾌한 해석을 통해 86 정치인들에게 정면으로 핵심적인 문제들을 제기한다. 그러나 황두영은 86들의 무조건적인 ‘용퇴’를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86들의 역사적 성과를 존중하면서 그 한계를 합당하게 비판하려고 한다. 그것이 지금의 문제 상황을 특정 정치인들의 거취 결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우리 정치가 진정한 반성을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머리 자르기 싫어서 두발자유화 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눈을 떴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학사·석사를 하고 정치노동자로 온갖 실무를 해왔다. 국회의원실 인턴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정무조정실장까지 승진하며 일은 정말 질리도록 열심히 했다. 정치권 안에서는 풀리지 않는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단행본 《외롭지 않을 권리》 《후보단일화 게임》을 썼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여기도 잇슈’ 코너와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줌인서대문〉을 진행한다.
들어가며
1장 박정희의 아이들: 정상국가 콤플렉스
2장 깨달음: 86포퓰리즘의 태동
3장 86포퓰리즘: 역사·민중·대표의 재구성
4장 두 개의 민주주의: 민주정부와의 경쟁
5장 반적폐 포퓰리즘: ‘깨어 있는 시민’의 탄생
6장 용퇴론: 86은 왜 민주주의와 어긋나는가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