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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 한순구의 게임이론으로 읽는 역사
삼성글로벌리서치
한순구 지음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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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1, 대출:0)
<b>경제학자의 특별한 역사수업
항우부터 고르바초프까지
게임이론으로 다시 읽는 13가지 역사적 사건
여기 유명한 패배자들이 있다. 이들은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여러 이유로 최후의 승리자는 되지 못했다. 누군가는 잘못된 선택을 했고, 누군가는 충격적인 배신을 당했다. 상대도 안 된다 여겼던 약자에게 졌고, 최선을 다했으나 패하기도 했다. 대부분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은 탁월한 인물들이기에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하다. 한순구 교수가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어야 하는지 분석한다. 이들이 게임이론을 알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로운 것은 선택과 결단 앞에 서 있던 역사 속 인물들의 고뇌가 오래전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고민과 저자가 건네는 조언은 오늘날의 조직 생활에도 맞아떨어진다. 역사를 읽는 재미 속에 게임이론을 배우고 전략적 사고법도 얻어갈 수 있는 책이다.
<b>경제학자가 역사를 읽는 법
“내가 평생 공부해온 경제학, 그중에서도 게임이론은 사람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전략’과 ‘선택’을 체계적으로 깊이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선택의 갈림길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펼쳐놓고 가장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연구 분야라 하겠다. 이런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역사 속 인물들이 결정적 순간에 내린 판단에 대해서도 게임이론의 논리를 가지고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더 나아가 역사 속 어떤 인물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어째서 그런 결정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던져보게 되었다.”
- <서문>에서
역사를 읽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소설가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극적인 재미를 더할 것이고 과학자라면 과학 발전의 단계를 따라가며 과학의 눈으로 역사를 재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가 역사를 읽는 방법은? 경제학자이자 게임이론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는 역사를 게임이론을 통해 다시 읽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13가지 사건의 주인공들은 전쟁에서 지거나 국가 운영에서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 속에서 큰 실패로 끝난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100% 틀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도 역사가 기억할 만큼 출중한 인물들이고 99%는 합당한 선택이었으나 다만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항으로 인한 1% 부족한 판단으로 역사책에는 큰 실패를 한 사람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이들이 놓친 한 수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각각의 사건과 그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데 적합한 게임이론을 짝지어 이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들이 시간을 되돌려 저자의 분석에 따른다면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b>항우가 놓친 한 수: ‘비협조적 게임’ 이론
“‘비협조적 게임’ 이론의 논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의 은혜는 쉽게 잊지만 미래의 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은혜를 베풀면 안 된다.”
- <제1장 • ‘비협조적 게임’ 이론과 항우의 운명>에서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든 부하 직원이든 업무를 하거나 승진을 하는 데 내가 도움을 주는 일이 생긴다. 꼭 대가를 바랐던 건 아니지만 나중에 나도 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완전히 잘못된 것인 경우가 많다. 내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그가 나를 돕기는커녕 나의 뜻에 반하거나 나의 경쟁 상대를 돕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2,200년 전 중국 초나라의 패자(霸者) 항우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자신이 목숨도 구해주고 왕으로 임명도 해준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해 결국 죽음을 맞은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저자는 항우의 비극에 대해 ‘비협조적 게임’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비협조적 게임이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모든 의사결정은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분명 항우가 임명해 왕이 된 자들인데, 항우를 돕지 않고 유방의 편에 서서 싸운 것은 이미 왕이라는 자리로 포상을 받은 터라 더 이상 항우에게서는 받을 것이 없는 반면,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새로이 논공행상을 한다면 더 큰 포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항우는 부하가 충성하는 것은 내가 승진시켜준 데 대해 감사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또 승진시켜줄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따라서 저자가 항우에게 건네는 조언은 진나라를 멸망시킨 후 논공행상을 최대한 늦추고 내부 단속에 힘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우가 비협조적 게임 이론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내가 임명한 부하들이 왜 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가?”라고 탄식하며 죽어간 일은 없었으리라.
이 외에도 책에는 실패를 되돌릴 저자의 처방이 다양한 게임이론과 함께 등장한다. 유방을 위해 싸웠지만 토사구팽 당한 한신의 경우에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여 현재 행동을 정해야 한다는 ‘백워드인덕션’ 이론을 적용하고, 일본 통일을 눈앞에 두고 측근에게 충격적인 배신을 당한 오다 노부나가의 사례에는 담합이 언제 깨지는지를 분석하는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그들이 최종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조언한다.
<b>그들의 고민은 현재진행형
“(…)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과 결정이 결코 오래전에 일어난 일만은 아닌, 내가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고 조직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내릴 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주에 내가 참여한 어떤 회의에서는 러시아를 공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나폴레옹 황제의 고민과 비슷한 논의를 하고, 이번 주의 어떤 회의장은 흡사 병자호란 때의 남한산성과도 같았다. 청나라 군대에 항복을 할까 아니면 끝까지 싸울까를 놓고 격론을 벌인 병자호란 때의 남한산성 말이다.”
- <서문>에서
이 책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 겪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그들의 고민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인물들이 겪었을 고뇌와 저자가 건네는 조언은 오늘날의 조직 생활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고구려와 백제가 아닌 최약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을 ‘팀에서의 도덕적 해이’ 이론으로 설명하고,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현대 조직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 중 하나인 ‘주인의식’와 ‘대리인 문제’로 확장된다. 이 책을 역사 이야기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방면에 관심을 가진 저자답게 스포츠와 과학 등 적절한 사례와 정사와 야사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입담을 따라 역사 이야기에 빠져 있노라면 오늘도 당신 앞에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역사 속 인물 중 게임이론의 대가를 뽑는다면 누구일까? 저자는 바로 유방을 꼽는다. 탁월한 용인술의 소유자 유방은 뛰어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부하들 사이의 갈등을 잘 정리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충성하도록 유도했다. 또 천하를 얻은 뒤에는 그에 맞는 시스템과 규범을 만들었다. 그랬기에 가난한 시골의 농사꾼 아들인 유방은 쟁쟁한 집안 출신 항우를 제치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고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통일 중국을 가장 오랫동안 다스린 나라가 되었다. 저자는 이런 유방에 대해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정도의 전략가이자 게임이론의 모범답안이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서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과 연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면서 36년간 경제학의 원리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단순히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일상의 매 순간을 경제학 원칙에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자녀들을 교육하신 부모님은 돈의 가치로 모든 일을 판단하는 아들을 보고 기막혀하셨고, 패션을 전공하고 인생의 멋과 여유도 중시하는 아내는 남편의 경제학 제일주의에 공감하기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경제학의 원리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최근에는 부모님과 아내가 이런 철학을 이해해주기 시작했기에 더 강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학의 원리를 생활에서 구현하려고 한다. 다행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아들이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저서로는 《그들은 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나》, 《인생 경제학》, 《경제학 비타민》 등이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경제학”을 연재했으며, JTBC <차이나는 클라스>와 다양한 유튜브에 출연했다.
| 서 문 | 역사, 게임이론으로 보면 더 새롭게 보인다
| 제1장 | ‘비협조적 게임’ 이론과 항우의 운명
“내가 임명한 부하들이 왜 나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가?”
| 제2장 | 한신에게 귀띔해주고 싶은 게임이론 ‘백워드인덕션’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어째서 승진은 다른 사람이 하는가?”
| 제3장 | 로마가 ‘코어’와 ‘섀플리 밸류’ 개념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변했는데 기준과 제도를 그대로 둔다면?”
| 제4장 | 당 태종 이세민과 ‘홀드업’ 문제
“후계자 결정의 모법 답안은 과연 무엇일까?”
| 제5장 | ‘팀에서의 도덕적 해이’ 이론을 통해 본 삼국통일의 비결
“강자가 약자에게 패배하는 까닭은?”
| 제6장 | 가마쿠라 막부의 실수와 ‘레퓨테이션 게임’ 전략
“작은 실수 하나가 어떻게 거대한 몰락을 가져오는가?”
| 제7장 | 담합과 배신의 게임이론
“믿었던 측근에게 배신당하는 이유는?”
| 제8장 |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확인하는 ‘밴드왜건 효과’
“사람들은 왜 양다리를 걸치는가?”
| 제9장 | 게임 순서가 좌우한 오사카성 전투의 승패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인가, 세컨드 무버가 될 것인가?”
| 제10장 | 인조와 조선이 놓친 경우의 수와 ‘혼합전략’
“오른손잡이 권투선수가 오른손을 썼는데 왜 실패했을까?”
| 제11장 | 나폴레옹을 통해 보는 ‘대리인 문제’와 승리의 조건
“어째서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조직이 성공하는가?”
| 제12장 | 남북전쟁으로 살펴보는 ‘데드라인’ 문제
“명장으로 이름난 그는 어쩌다 최악의 전략을 선택했나?”
| 제13장 | 고르바초프와 ‘또라이 전략’
“착한 사람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