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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윌북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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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이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 한국계 과학자이자 《뉴욕 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 캐럴 계숙 윤의 역작
* 분류학과 진화생물학, 나아가 생명과 과학 자체에 관한 스릴 가득한 이야기
*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존재하게 만든 책.”
* 이상희 인류학자, 이정모 관장, 허태임 식물분류학자 추천
만물에 이름을 붙이고픈 인간의 본능에 관한
이상하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름을 알고 싶은 마음은 ‘관심’의 다른 말이다. 아예 있는 줄도 모르고 스쳐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이름을 지어줄 수가 없다. 수많은 것들 중에서 ‘이건 특별해’ ‘저것과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관심은 관찰과 분류를 낳고, 이 책의 제목처럼 “자연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로 이어졌다. 그렇게 자연스레 고대부터 ‘분류학’이라는 과학의 틀이 잡혔다. 우리가 ‘Carol Kaesuk Yoon’이나 ‘캐럴 계숙 윤’이라는 저자 이름을 보고 “아, 이 사람 한국계인가 보다” “윤씨 집안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는 것도 말하자면 그런 분류의 본능이 작동한 덕분이다.
현역 과학자 부모의 딸로 태어나 어릴 적 집 뒤편의 숲속에서 다채로운 동식물과 어울리며 자란 캐럴 계숙 윤도 이러한 감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가 시키거나 가르쳐주지 않아도 비슷하게 생긴 여러 가지 버섯들을, 뱀들을, 토끼들를 하나로 묶으며 세계를 이해해나가는 직관의 힘을 경험했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무럭무럭 성장해 과학을 전공하고, 다윈의 진화론에 매료되고, 마침내 진화생물학자가 된 저자는 놀라운 벽에 부딪힌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바로 그렇게 꽤나 조화롭다고 생각했던 ‘직관적 감각’과 ‘엄밀한 과학’의 세계가 생각지도 않게 치열하게 대결하는 현장을 발견해버린 어느 과학자의 흥미진진하고 스릴 넘치는 발견과 깨달음의 이야기다.
<b>분류학 vs 진화생물학
과학자의 세계관을 뒤흔들어놓은 대결의 현장 속으로
이처럼 이 책은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학자이자 저술가인 그가 온갖 생물의 이름과 질서를 연구하는 학문인 분류학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마주하게 된 뜻밖의 사실, 그로 인해 느낀 커다란 충격에서 시작된다. 어릴 적 수없이 다양한 동식물과 어울리며 느꼈던 ‘직관적 감각’과, 인생의 가치관 그 자체였던 ‘엄밀한 과학’의 세계가 옥신각신하게 된 사연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역사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초를 잡고 스웨덴의 ‘위대한 신관’ 칼 린나이우스가 기틀을 다진 ‘분류학’이 마침내 찰스 다윈의 뜨거운 진화론을 통과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기술과 학문의 폭발적인 변화로 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기술하는 저자의 필치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과 스릴이 함께한다.
패러다임은 속속 뒤집혀가고 바야흐로 논쟁의 대미에서는 놀라운 과학적 진실이 드러난다. 인생의 가치관을 이루던 과학의 세계 속에서 문득 놓칠 뻔했던 것을 털어놓는 저자의 고백은 그 가운데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이러한 조사와 고찰의 과정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독일어로 ‘환경’, ‘주변 세계’, 나아가 ‘세계관’을 뜻하는 이 개념은, 생명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 특유의 감각에 대한 생각을 일깨운다. 저자는 모든 생물에게 각자의 움벨트, 각자만의 지각된 세계가 있음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인류학, 생물학, 인지심리학, 생태학을 종횡무진하며 궁극의 답을 찾아간다. 그렇게 해서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보다 더 큰 분류학에 관한 이야기, 인간과 생명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아주 오래된 관계에 관한 생각으로 나아간다.
<b>탁월하고 거침없는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그럼에도 물고기는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 깊이 있고도 재미있는 책이 우리를 매료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과학자 겸 과학 저널리스트 캐럴 계숙 윤은 옮긴이의 표현대로 ‘옛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는 동네 할머니처럼’ 과학담을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분류학의 아버지 칼 린나이우스의 화려하고도 다소 밉살스러운 개인사를 비롯해, 진화론으로 곧 대스타가 될 예정이던 다윈에게 진한 애증의 대상이었던 ‘따개비’ 이야기를 거쳐, 생물 이름만 기억해내지 못하는 뇌 손상 환자 이야기, 공룡과 포켓몬에 열광하며 이름을 익히는 어린이의 습성 이야기 등등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팩트와 생각해본 적 없었던 진실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 모든 국면마다 캐럴 계숙 윤이 가진 이야기꾼의 면모가 특히 빛난다.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다시 보인다. 그런 점은 이 책의 영향을 크게 받은 화제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계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살았던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굴곡진 일대기를 추적하면서 저자 자신의 개인사를 흥미진진하게 얽어내는 솜씨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의 세계관을 뒤흔든 ‘사건’으로 등장한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숱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 룰루 밀러는 이렇게 권했다.
“직관과 진실의 충돌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자세히 들려주는 윤의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향해 걷지 말고 뛰어가보시기를 권합니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과학·기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에서도 추천하는 등으로 출간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역작,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생명의 진화에 얽힌 ‘발견의 역사’를 멋진 스토리텔링과 입담으로 풀어낸 과학자의 빛나는 저술인 동시에, 삶을 통틀어 믿어왔던 진실의 이면을 목격한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더없이 인간적인 감정이 곳곳에서 반짝이는,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가 우리 앞에 당도했다.
예일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후 코넬대학교에서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이자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다.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어린 시절 대부분을 집 뒤 숲에서 돌아다니거나 만화책을 읽으며 보냈고 현재는 워싱턴주 벨링엄에 거주하고 있다. 1992년부터 《뉴욕 타임스》의 〈사이언스 타임스〉에 생물학에 대한 글을 기고해왔으며, 그의 기사는 《사이언스》,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도 실린 바 있다. 진화생물학과 분류학 사이의 갈등의 역사를 탐구한 대표작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200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과학·기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프롤로그
1부. 자연의 질서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다
1장 | 작은 신탁 신관
2장 | 따개비 안에 담긴 기적
3장 | 맨 밑바닥의 모습
2부. 밝혀진 비전
4장 |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5장 | 아기와 뇌손상 환자의 움벨트
6장 | 워그의 유산
3부. 어떤 과학의 탄생
7장 | 숫자로 하는 분류학
8장 |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
9장 | 물고기의 죽음
4부. 되찾은 비전
10장 | 이렇게 이상한 정류장
11장 | 과학을 넘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