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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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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2 -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여자들

돌고래

김유담 외 지음

2023-07-02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더 다양하고 더 솔직하게
돌보며 작업하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다

2022년 12월 출간된 『돌봄과 작업: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정서경, 서유미, 홍한별, 임소연, 장하원, 전유진, 박재연, 이설아, 김희진, 서수연 지음)은 감사하게도 출간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2023년 6월 현재 7쇄 발행) 더 감사한 것은 책을 읽은 분들이 책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양육과 작업의 관계에 대해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어주셨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보기로 했다.
“현실에서 양육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언어는 지나치게 명료하고 단호하고 해맑고 건전하고 평가적이다. 이런 언어를 훨씬 더 복잡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 가치판단의 언어가 아니라 관찰과 숙고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라고 1권 출간 당시 보도자료에 썼는데, 2권의 목표도 이와 같다. 온갖 잣대들, 평가들, 편견들, 때로는 혐오들까지 난무하는 현실에서 ‘양육’ 혹은 ‘모성’이라는 주제를 꺼내 들어 탈탈 털어내고 싶었다. 또 같은 자리에 “쉽게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엄마됨에 관한 언어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 이 책에 글을 실은 열한 명의 필자들은 모두 정하고 용감하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준다.”라고도 썼는데 2권의 필자들도 똑같이 해주셨다.
‘돌봄’과 ‘양육’에 대해 날카롭게 관찰해온 소설가 김유담과 정아은, 라디오 PD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작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장수연, 발달장애를 지닌 남매의 부모이자 중학교 교사로서 통합교육에 대해 발언해온 이수현, 드라마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최근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제작한 황다은, 인터뷰집 『자아, 예술가, 엄마』, 『자아, 예술가, 아빠』를 펴내고 양육자 예술가들을 네트워킹 해온 문화예술 기획자 김다은, 실험실 돌봄과 살림 및 양육을 비교하고 관찰하는 과학기술학 연구자 김연화, 『나는 엄마가 먹여살렸는데』를 쓴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딸세포 출판사 대표 김은화, ‘브로콜리너마저’의 키보디스트이자 정신건강간호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잔디,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온 만화가이자 다양한 그림책 작업도 하는 소복이, 호주에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임효영 등 이번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을 또렷하게 의식하며 작업해온 이들이 참여했다. 여성이 일과 돌봄을 양립시키는 방법, 어려움, 보람,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생각뿐 아니라 일과 창조적인 작업, 돌봄이 서로 복잡하게 침범하고 상호작용하는 측면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기록했다.(특히 2권에는 1, 2권을 디자인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출판 디자이너 박연미의 에필로그도 실려 있다.)
1권의 필자들과 마찬가지로 2권의 필자들도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의도와 생각, 감정을 근거로 아이를 양육하기를 선택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조건에서 다른 자원과 어려움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으며, 또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다른 종류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엄마됨, 모성, 양육, 돌봄 같은 오해받기 딱 좋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쓰겠다, 기록하겠다는 용기와 의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양한 목소리는 하나같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이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양육에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연습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아지고 다양해질수록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가 양육을 통해서 배운 바이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작업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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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시대에
돌봄과 양육에 대해 말한다는 것

이 책은 돌봄이 가치 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돌봄을 강권하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 그렇게 읽힐까 봐 두렵다. 오히려 이 책을 세밀하게 읽은 독자들 중에 지금 자신의 몫이 아닌 돌봄에 짓눌려 있는 이가 있다면 솔직하게 벗어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고양된 인간성을 이룩한 시대이다. 출산이나 양육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물적, 정치적, 심리적 토대를 갖춘 시대라는 뜻이다. 여성들이 자기 몸과 관련해 갖는 선택권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물론 이 변화를 위해 무수한 희생과 저항이 있었으며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온 사회가 저출산이 큰 문제라고 떠들어대지만 사실 우리는 그 재앙의 긍정적인 뒷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까지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 위험하고 모욕적인 피임과 낙태, 정당한 대가와 존중 없는 돌봄에 얼마나 많이 내몰려왔는지 잠시 동안만 멈춰 서서 생각해보면, 이런 숙고야말로 인류의 정신이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과 재생산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자발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의 머리글에서 양육을 선택한 이후에야 ‘내가 실제로 돌볼 수 있는 역량이 딱 이 정도인 사람이었구나.’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아니 몸으로 알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돌봄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가능성의 제약 안에 머무는 행위이기 때문에, 돌보는 사람들은 추상적인 돌봄에 대해 망상하지 않는다. 나는 돌봄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돌보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구원하리라는 망상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사회에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구체적인 돌봄은 늘 돌보는 사람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부제에 ‘선택’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많은 필자들의 다양한 맥락에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돌봄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우리가 학교와 사회에서 흔히 배워왔던 협소한 의미와 다르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후자는 ‘무한한 시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상품을 선택해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쇼핑하는 행위’에 가깝다. 반면에 이 책에서 쓰인 ‘선택’의 맥락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제한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내는 행위이다. 선택은 가성비나 유불리를 따지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과 결심, 그리고 믿음의 행위이다.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어떤 결과들이 닥쳐오든 수용하고 감당하겠다는 겸손한 태도에 가깝다. 자연스럽게 선택에는 그에 따르는 결과를 ‘수용’한다는 뜻이 포함된다. 이 책의 여러 필자들이 잘 보여주듯이 선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은 선택 이후의 수용 과정에서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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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작업에 대해 말하는 이유

‘돌봄’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양육과 여성에 대한 단순화된 언어들을 피하고자 한 것처럼, 이 책에서 우리는 ‘작업’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직업, 일에 대한 통념을 피하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다 보면 각각의 필자들이 지금 왜 그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이런 이야기들이 쌓여서 직업, 몰입과 창조성과 성취에 대한 새로운 모델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작업’이라고 함으로써 일의 창조적인 측면이 조금 더 강조되기를 바랐지만, 창조적인 일을 순수한 예술의 영역에 가두지는 않았다. 1권에서도 번역, 편집, 인터뷰, 상담까지 다양한 작업의 방식들이 소환되었던 바 있는데, 이번에도 소설, 드라마, 영화, 방송, 시각예술, 음악, 만화뿐 아니라 연구와 가르치는 일이 포함되었다. 작업이란 외부의 잣대나 규정과 무관하게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하는 일이다. 조금 겹칠 수도 있지만 취미와도 다르고 직업과도 다르다. 풀타임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자영업자든 1인기업가이든 공무원이든 돈벌이가 잘되든 경제적 보상이 안정적이고 충분하지 않든 못하든 잘하든, 심지어 마음속으로만 구상중이어서 아직 이름이 없는 어떤 형태의 일이라도 영혼을 담아 하는 일이라면 모두 창조적인 과업의 범주에 다 포함시키고 싶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슈퍼맘, 알파우먼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육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는 투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 잘 해냈다는 자랑도 아니다. 양육과 일을 동시에 잘하려면 이런 저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돌봄과 작업을 각자의 방식으로 배치하는 와중에 어떤 다양한 어려움과 곤란들이 있고 어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지, 또 그 와중에 어떤 다양한 느낌과 생각들이 오가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물론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런 생활을 어떻게 지속하고 있는지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싶기도 했다. 잘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혜를 얻고자 했던 마음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지 않는 데 기어코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관철의 가장 큰 힘은 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에 대한 확신에서 나왔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대체로 자신의 일을 양육만큼이나 소중한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게 된다. 양육을 기점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업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물론 양육이 시간과 체력 등의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활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양육에는 그런 힘이 있다. 하염없이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고 또 나에게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온전히 나의 욕망(욕심), 나의 자원, 나의 곤란에 집중하다 보면 이전보다는 더 명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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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은
오늘날의 시대정신

이 책이 돌봄을 강권하는 것처럼, 돌봄이 절대적인 가치로 내세우는 것처럼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돌봄’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 지금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가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것은 ‘성장주의’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적응하는 법이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그 이후의 세계(앞에서 쓴 것처럼 나는 이것이 더 고차원적인 세계라고 믿는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수용하고 창조하는 방식을 학교와 사회에서 배우지 못했지만, 돌봄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 수천 년 동안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돌봄의 손길과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를 돌보는 양육이 노인, 병인, 장애인, 동물, 식물, 환경 등 다른 돌봄의 행위와 맞닿아 있다고 믿는다. 굳이 ‘양육’이라는 말 대신 ‘돌봄’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이런 확장과 연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돌봄’이라는 말은 이제 넓은 맥락에서 쓰이지만 그 다양한 용례를 관통하는 태도는,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고 서로 의존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도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수용하고 서로 의존하고 보살피며 살아가자는 태도는 능력주의와는 정 반대편에 놓인 것이고, 다양한 존재들이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색깔로 꽃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돌봄’과 ‘작업’은 서로 상충하거나 무관한 말 같지만, 둘 다 우리 삶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고 둘 다 창조성의 영역에 속한다. 창조성의 흔한 이미지는 비범한 천재가 홀로 오랜 시간 몰입하고 집중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구시대적인 창조성의 이미지를 바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것이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창조의 경험담들을 더 많이 나누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이렇게 삶의 여러 측면에서 창조적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그런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더 솔직한 이야기를 더 창조적으로 이어나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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