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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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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빛소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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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전쟁에 청춘을 빼앗긴 여자, 크리스티네
일생일대의 마법 같은 순간을 마주하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친 뒤 시작되는 신데렐라의 진짜 이야기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 클라인-라이플링. 그곳 우체국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네. 스물여덟 살의 그녀는 한창 청춘이 꽃피는 시절을 전쟁에 빼앗기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전쟁은 청춘뿐 아니라 하나뿐인 오빠와 아버지까지 앗아갔으며, 그녀는 지금 몸이 성치 않은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도는 크리스티네의 표정은 늘 창백하고 메말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체국으로 전보 한 통이 날아든다. 스위스 휴양지에서 자신의 이름 앞으로 발송된 전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타성에 젖어 있던 크리스티네의 일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이미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뒤 상류층이 된 이모가 스위스의 호화 호텔로 크리스티네를 초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거동도 못 하는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우체국을 여닫을 직원은 저 하나뿐이다. 일면식도 없는 이모를 이제 와서 만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걱정이 많고 조심스러운 크리스티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이모를 만나러 간다.

클라인-라이플링을 떠나본 적 없던 크리스티네는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에서부터 신비로운 황홀경에 빠진다. 너른 대지, 상쾌한 바람, 낯선 사람들……. 처음 맛보는 해방감이었다.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스위스 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곧바로 후회한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를 걸친 귀부인들, 크리스티네는 꿈도 못 꿀 숙박비를 자랑하는 호텔 룸,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여유로움을 풍기는 투숙객들 사이에서 크리스티네의 낡은 등나무 가방과 허름한 옷차림, 어색한 몸짓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제 와서 이모와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크리스티네를 알아본 이모가 따뜻하게 환대해 주지만, 이모 역시 그녀의 누추한 행색이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불쌍한 것! 자기가 얼마나 촌스럽게 옷을 입었는지 정작 자신은 그것도 모를 거예요. 망할 놈의 전쟁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모두 망쳐놓았어요. 가엾은 것!”

하지만 크리스티네를 변신시켜 주는 일쯤은 이모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이모의 옷을 빌려 입고 머리 스타일을 꾸미고 아름다운 장신구를 두른 크리스티네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호텔 방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아득해진 그녀는 넋을 잃는다. 이것이 진정 나인가?

“여자는 놀라 호흡을 가다듬었다. 꿈에서조차 이토록 젊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자신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선이 분명한 붉은 입술, 섬세한 눈썹, 물결치는 금발 아래로 훤하게 드러난 목이 돋보였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감춰진 맨살이 새롭게 느껴졌다. 여자는 거울에 비친 여자가 정말 자신인지 확인하려고 거울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다가서거나 갑자기 움직이면 그 황홀한 모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저절로 미간이 떨렸다.”

이후 크리스티네의 일상은 백팔십도 바뀐다. 내성적이고 수줍었던 태도 역시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그녀에게 춤을 청하고, 식사에 초대하고, 데이트를 간청한다. 꿈결 같은 시간 속에서 크리스티네는 지금껏 잊고 살았던 쾌락과 여유를 만끽한다.

<b>심리소설의 대가, 츠바이크의 장편 걸작 『우체국 아가씨』
타고난 이야기꾼이 이끄는
한 인간의 처절한 드라마

하지만 츠바이크는 자신의 주인공이 변신에 도취된 채 영원한 신데렐라로 남도록 놔두지 않는다. 신데렐라에게 자정이 있듯 크리스티네의 여행도 급작스레 끝나게 된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깥으로 떠밀린 듯 한순간에 깨져버린 일생일대의 휴가. 백일몽에서 깨어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시골 우체국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한번 황홀경을 맛본 이에게 시골 생활은 따분하고 무식하고 촌스럽기만 하다. 허무에 찌든 현실은 크리스티네를 미치기 직전으로 몰고 간다.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리스티네가 변신하기 전과 변신한 상태, 그리고 변신이 끝난 후. 츠바이크는 각 부분을 마치 서로 다른 세 단편처럼 보일 만큼 색다른 감정선과 전개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말미에 이르러 독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을 조우하게 된다.

어떤 학자들은 『우체국 아가씨』가 미완의 유작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원고의 결말은 독자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크리스티네의 삶은 오히려 죽지 않고 독자의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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