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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후의 심판 + 두 개의 세계 + 삼사라 + 제니의 역 +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허블
한이솔 외 지음
2023-05-09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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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함께한 SF 등용문, 한국과학문학상
자유 주제 규칙 속에서 나온 수상작 5편의 공통 주제 “인공지능”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위 구절은 세계적인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2003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나온 것인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에 위 구절을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그리고 이젠 널리 퍼져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는 2023년 현재.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5편 모두 자유 주제 규칙 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미래로부터 밀려오는 변화의 파도 앞에서 그 거대한 변화에 움츠러들기는커녕 그 위에 올라타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을 맘껏 펼쳐낸 올해 수상 작가들. 이에 심사위원단(구병모·김성중·김희선 소설가, 강지희·인아영 문학평론가)은 “인공지능에서 시작된 특이점을 모두가 경험 중이며, 이런 절묘한 타이밍에 우리에게 도착한 작품들”, “이제 본격적으로 열릴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놀라운 서사가 우리에게 적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이 크다”라며 열렬히 화답했다.
흔히 문학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당연히 SF도 현실을 비춰야 한다고, 심지어 SF라면 자고로 비(非) SF보다 더 정확하게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로, SF의 장기인 '사고실험'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동시대를 보다 더 정확히 보려면 그 시대로부터 조금 더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스케일의 거리두기 앞에서 사고실험만큼 적합한 방식이 없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위와 같은 기대감 속에서 열심히 현실을 기울여서 보게 되는 SF 작가들. 그러나 문학은 근본적으로 사회 변화에 대한 반응이 느린 창작물이란 점에서, 하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빠르게 변해가는 중이란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SF 작가에게 세계를 포착하기란 굉장히 버거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도전했고 멋지게 해내고 말았다. 그것도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등용문 앞에서 말이다.
이 호기로운 신인들은 어떤 명민한 상상력을 보여줬을까? 테러와 전쟁으로 물들었던 2003년의 깁슨은 ‘검은 예언자’라는 별명답게 약자는 배제되고 오직 강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진 불평등한 미래에 집중하여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뒷골목을 그려냈다면, 2023년의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자들은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인격의 출현에 집중하여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개인 또는 사회의 불안과 혼란을 그려냈다. 그리하여 이번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현 이래 급변해 가는 사회로부터 우리 모두가 느끼는 불안이 정확히 반영된 결과물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불안을 포착해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5명의 신예 작가. 그들을 소개한다.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 “허달립”이다.
<b>★대상★ 한이솔의 「최후의 심판」
오심을 저질러 법정에 서게 된 인공지능 판사
인공지능에 대한 추앙과 혐오로 뒤섞인 법정 서사
“서사와 대결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보기 드문 작품”
_강지희(문학평론가)
대상 수상작 「최후의 심판」에서는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한다. 심지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해진 상황이다 보니 인공지능 판사의 인기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데, 그러던 중 인공지능 판사가 명백한 오심을 저지르게 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법부는 그를 재판장석이 아닌 피고인석에 세운다. 그리하여 열리게 된 ‘세기의 재판’. 해당 법정의 안팎에서 인공지능 판사를 중심으로 추앙하는 자들과 혐오하는 자들이 나뉘어 공방전을 나눈다. 그렇게 치열하게 법적 논리 전쟁은 인공지능 판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동 종료됨으로써 일단락되고, 그후 인공지능 판사를 인류의 메시아로 믿었던 한 젊은이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최후의 심판」의 중심 서사는 그 젊은이의 광기 어린 유서에서부터 출발한다.
「최후의 심판」의 근미래 법정 서사는 유서를 쓴 젊은이 그리고 그 유서를 읽은 전직 경찰의 “의무감”으로 추동되며, 과연 그 의무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통해 독자를 몰입시킨다. 그렇게 독자에게 집중력을 강제 무장시킨 뒤, 뒤이어 ‘인간’과 인간이 만든 ‘법’과 ‘인공지능’ 그리고 그러한 인공지능이 다루는 ‘법’에 대한 흥미로운 논리를 전개한다. “인공지능 판사와 인간의 대결을 거듭 밀어붙이며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무엇일 수 있는지 정면으로 질문하는 지적이고 도발적인 소설”이라는 인아영 평론가와 “서사와 대결하고 있다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은 드물다. 「최후의 심판」은 놀랍게도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라는 강지희 평론가의 말처럼, 작품에서 전개하는 논리 싸움은 피 튀기게 살벌할뿐더러 이 논쟁은 작중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적용되다 보니 그 싸움을 지켜보던 독자 또한 어느새 그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게 미래의 법정에 생긴 논리의 피 웅덩이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는 채로 혼란스러운 발버둥을 치던 독자는, 최종적으로 메시아를 보았다는 젊은이의 눈동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밟은 독자라면, 구병모 소설가의 말을 빌려 표현컨대,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으로서의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b>★우수상★ 박민혁, 「두 개의 세계」
인간을 나무로 만드는 팬데믹과 발현자의 수용 치료 시설
시설 관리자와 인공지능의 우정과 최후를 다룬 디스토피아
“시의성과 더불어 소설적인 테크닉을 두루 갖춘 반가운 작품”
_인아영(문학평론가)
우수상 수상작 「두 개의 세계」의 세계관은 인간을 나무로 만드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발병한 근미래로, 나무가 된 발현자를 수용하는 연구시설의 관리자와 그를 보필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연구시설은 ‘돔’이라는 이름처럼 둥근 지붕을 가진 반구형의 건축 구조물로, 발현자를 돔에서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돔 바깥의 하늘이 오랜 시간 먹구름으로 뒤덮여 햇살이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무를 죽이지 않는 최소한의 빛을 공급하는 인공 태양의 하늘을 구현해 낸 연구시설 돔. 시간이 지날수록 돔 바깥에서 돔 안으로 발현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돔 안에 나무를 심을 공간이 부족해질수록 세계는 점점 멸망에 다다라간다. 물론, 돔 안이라고 해서 팬데믹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관리자들도 점차 나무가 되어갔고, 설상가상으로 돔 안에서 진행되던 치료 연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돔 내부 또한 외부처럼 빠르게 무너져 간다.
「두 개의 세계」의 서사는 돔 안에 있는 화자와 돔 바깥에 있는 화자의 연인이 나누는, 상대방으로부터 언제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 헤아릴 수 없는 편지 교류 속에서 진행된다. 이렇듯 격리와 멸망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기나긴 기다림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감은 어떤 기시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그 느낌의 발원지는 당연하게도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일 것이다. “코로나 시대와 그때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조문”으로 보인다는 김희선 소설가와 “코로나19 사태, 기후 위기, 동식물권과 같은 동시대 사회 문제를 강하게 환기하는“ 그리고 ”시의성과 더불어 소설적인 테크닉을 두루 갖춘 작품”이라는 인아영 평론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만큼이나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애도의 상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인류에게 있어서는 절멸일지라도 지구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유익한 일이 아닌가 생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이라는 구병모 소설가와 “극단적으로 말해 인간에게나 종말이지, 행성 차원에서 보면 진화일지도 모”르게 만든다는 김성중 소설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개의 세계」는 애도 너머에 있는 인류세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받은 독자라면 이 작품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b>★우수상★ 조서월, 「삼사라」
멸망한 인류가 출항시킨, 아이를 낳는 우주함선 ‘삼사라’
인류 복원 임무를 지닌 인공지능들의 우주 창세·멸망 신화
“직조된 문장과 장악력이 돋보이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
_김성중(소설가)
우수상 수상작 「삼사라」는 멸망 위기에 놓인 인류가 쏘아 올린 마지막 희망인 우주함선 ‘삼사라’를 중심 배경으로, 삼사라 그 자체이자 아이를 낳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아이를 기르는 인공지능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기까진 비교적 흔한 ‘노아의 방주’ 서사지만 본 작품엔 독특한 세계관이 추가로 존재하는데, 바로 인간의 윤회와 영혼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단 것이다. 인간이 죽어 영혼이 된 만큼 새로 태어난 인간에게 영혼이 깃드는 것이 과학적 사실인 세계. 이 흥미로운 세계관에서 중심 서사는 삼사라에 영혼 없는 아이들만 태어나게 되면서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영혼이 없어 제대로 살아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탄생시키는 인공지능들. 그러다 결국 한정된 동력과 자원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인공지능들은 대의를 위해 영혼 없는 아이들을 집단 아사시킨다. 그렇게 우주 한복판에서 출산과 살인이 무한 반복되고, 그 영겁의 시간을 감당해 나가는 인공지능들은 “한 명의 아이가 떠날 때마다 자신의 눈에 비친 우주의 빛깔이 더 검게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삼사라」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우주 창세·멸망 신화”라는 김성중 소설가와 “인공 자궁 역할을 하는 우주선에서 만들어진 영혼 없는 영아들이 식량으로 쓰인다는 설정은, 미래를 소비하여 현재를 지탱하는 실제 인간 삶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라는 김희선 소설가의 말처럼, 본 작품은 우리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처참한 멸망의 신화를 강렬한 방식으로 완성해 낸다. 또한, “균형을 잃는 일 없이 차분하게 분위기를 직조해 나가며 기어이 뭉클함을 주는 결말에 이르는 작가의 실력“이라는 강지희 평론가와 ”무척 정합적이고 논리적인 줄거리로 각 요소들을 넉넉히 감당하면서도 결말에 이르기까지 거듭된 반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라는 인아영 평론가의 말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듯이, 결국 후반부에 이르러선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독자를 납득시킨다는 점에서 누구라도 두터운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b>★우수상★ 최이아, 「제니의 역」
농촌의 다문화 가정과 이주 여성을 위해 보급된 로봇 ‘제니’
의문의 살인사건 추리물과 가부장제 문제가 결합된 농촌 SF
“미소가 지어지도록 사랑스럽고,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로봇 캐릭터”
_구병모(소설가)
우수상 수상작 「제니의 역」은 다문화 과정과 로봇들이 뒤섞인 근미래 농촌과 그 농촌의 풍경에 화룡점정처럼 찍혀 있는 언어 통역 로봇 ‘제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농촌 SF’다. 본 작품에서 제니의 자리가 예사롭지 않은데 그곳은 바로 가부장제 문제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농촌 남성과 이주민 여성의 그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범상치 않은 지점에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인 작중 화자가 다가가면서 「제니의 역」의 중심 서사는 천천히 출발하는데, 어느덧 제니의 자리까지 화자가 이르렀을 때 독자는 화자의 눈을 통해서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본 사건의 피해자는 할머니, 용의자는 피해자의 며느리인 이주 여성. 여러 정황상 이주 여성이 살해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한 농촌의 다른 이주 여성들은 힘을 합쳐 무죄 증거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일단락돼 가고 있는 사건에 초를 치고, 나아가 ‘이주 여성 답지 않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하는 그들을 방해하고 억압하는 농촌의 남성들. 양측 간의 긴장감 넘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충돌은, 화자의 눈을 통해 그들의 씩씩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생동감 넘치게 묘사된다.
“「제니의 역」은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는 강지희 평론가와 “제니는 그 기능과 행동 양상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도록 사랑스러웠고, 그 존재감만큼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내가 만나본 모든 로봇 가운데 손꼽을 정도로 강력했다”라는 구병모 소설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본 작품은 세계관과 캐릭터에서부터 독자로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언어 통역을 위해 보급된 제니가 포대를 나르는 등의 개연성 넘치는 디테일과 개별 사건이 하나의 주제로 모이게 하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소설 구성이 더해져, 세계관과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은 작품 전반에 대한 애정으로까지 확장된다. 하물며 “이 소설은 신선함(‘남들은 우주에 갈 때 나는 농촌으로 간다’) 때문에 지지하고 싶어지는 작품“이라는 김성중 소설가와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해 보수화되는 섬뜩한 장면을 익살스러운 필치로 그리는 균형 감각이라면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기대해 보게 되었다”라는 인아영 평론가의 말마따나, 본 작품은 맛깔나는 문체를 통해 분명한 선악 구도 속에서도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매료시킨다.
<b>★우수상★ 허달립,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아내를 잃고 새 지구를 찾아 떠나는 우주선에 탑승한 ‘발세자르’
죽은 아내를 모방한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그의 우주 항해일지
“독특한 아이디어, 재미난 캐릭터로 생명과 예술의 본질로 이끄는 작품”
_김희선(소설가)
우수상 수상작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는 「삼사라」와 마찬가지로 ‘노아의 방주’ 서사를 차용하나 본 작품에서도 특이한 설정이 있었으니, 바로 우주선이 인간인 선장의 뇌를 통해 가동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를 우주선 기체로 대체하고 또 우주선이 된 육체에 맞춰 뇌를 개조함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가 된다는 것. 이러한 기상천외함은 선장 캐릭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죽은 아내를 모방해 만든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우주선 엔지니어인 주인공 ‘발세자르’ 또한 피그말리온 신화의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인데, 그가 인공지능에게 육체를 부여하기 위해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세계의 희생마저 불사한다는 점에서 ‘모든 경계는 무의미하다’라는 독특한 작품 주제와 맞닿으며 기상천외함을 배가시킨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본 작품은 우주선을 육체로 가진 선장이 그 존재로서 던지는 ‘인간의 뇌’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환기시키면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게 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이 테라포밍의 재료로 쓰인다는 반전 상황. 이 지점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나누어서 이해하던 ‘인간과 기계’ ‘육체와 정신’ ‘클라우드의 안과 밖’ 등 여러 개념은 뒤섞이게 되고, 독자는 사랑과 낭만을 초월한 아득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생명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라는 김희선 소설가와 “인간의 자발적 종말이 어쩌면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연결되며 그게 꽤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진실을 이 소설은 선명하게 그려낸다“라는 강지희 평론가의 말처럼,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는 독특한 상상력과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통해서, 한 남자의 사랑과 헌신 그 너머에 있는 어떤 본질적인 것, 진실에 가까운 것까지 도달하려는 서사 전개는 굉장히 유니크하다. 그러면서도 ”인류를 구원하려는 추상적인 대의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구체적인 마음으로 추동되는 서사이기에 가능한 감동“이라는 인아영 평론가와 ”화자가 호명하는 존재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제거함으로써 정념을 극대화하고 아이러니를 증폭시킨다“라는 구병모 평론가의 말처럼, 본 작품이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서정성 또한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디애나대학교(IUB)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하는 중이며 서구정치사상사에서 실천적 지혜 개념의 망각된 계보를 탐구하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2023년 「최후의 심판」으로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한이솔, 「최후의 심판」 •7
작가노트 ·81
【우수상】 박민혁, 「두 개의 세계」 •85
작가노트 ·157
【우수상】 조서월, 「삼사라」 •161
작가노트 ·195
【우수상】 최이아, 「제니의 역」 •201
작가노트 ·235
【우수상】 허달립, 「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 •239
작가노트 ·279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