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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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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허블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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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b>한국계 최초 ‘휴고상’ 3회 연속 노미네이트 작가
이윤하의 일제강점기 모티프 SF, 상흔으로 그려낸 이채로운 환상화

『파친코』, 『작은 땅의 야수들』, 『사라진 소녀들의 숲』…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계 작가가 지은, 그리고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먼저 알려진 소설이라는 것이다. 타국에서도 한국 이름을 지키며 살아가는 작가들. 이민진, 김주혜, 허주은…, 그리고 이윤하가 있다.
그러나 이윤하는 이 세 작가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이민진과 김주혜, 허주은이 한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배경으로 곡절 많은 역사를 진진하게 써 내려갔다면 이윤하는 SF라는 환상의 외피를 한 겹 둘러 입은 다음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다. 이윤하의 작품 세계를 떠받치는 두 개의 핵심은 바로 ‘SF’와 ‘한국적 요소’다. 한국의 풍습, 한국 문화가 SF, 판타지와 합쳐져 분명 우리 것이되 이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롭고 독자적인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이윤하의 작품 속에서 한국은, 돌연 기이하고 환상적인 무엇이 된다. (그의 전작 <나인폭스 갬빗>에서 우주를 누비는 ‘구미호 장군’과 ‘김치’에 환장하는 우주인이 등장하듯이!)
노미네이트되기만 해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 데뷔작 <나인폭스 갬빗> 시리즈로 한국계 최초 3회 연속 휴고상 노미네이트라는 저력을 떨친 이윤하가 이번에는 우리의 역사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한 SF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9살 때까지 나고 자란 이윤하는 미국 이민 생활 중에도 자신의 근본과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음력 설날에는 할머니 댁에서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온 가족들이 모여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땄다. 한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 덕분인지, 이윤하는 미국에서도 한국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이어올 수 있었다. 전작 <나인폭스 갬빗> 시리즈에서 ‘구미호 장군’ 모티프와 ‘채소 절임’(이윤하가 쓴 <나인폭스 갬빗> 시리즈 한국어판 서문에 의하면 ‘김치’를 뜻한다)이 스치듯 지나간다면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한국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구미호’, ‘김치’, ‘김칫독’, ‘붉은색과 푸른색의 태극 무늬’, ‘겐상도(경상도)의 농부들’과 같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이윤하는 허블과의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는 민감한 주제라 조심히 다루고 싶었다. 한국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조심스럽게 “할아버지가 일본에 있는 대학을 다녔으며 나는 그가 친일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 가족이 지니고 있는 짐이다. 그래서 서양에 알려지지 않은 이 시기(일제강점기)에 대해 더욱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의 배경은 가상의 나라 ‘화국’이다. 화국은 마치 우리나라의 구한말 시기를 재현한 것처럼 그려진다. 화국은 제국에 점령당해 식민 지배를 받고 있으며, 갓 문호를 개방하여 서양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중이다. 자연스레 혼란과 격동이 뒤섞인, 그러면서도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구한말 ‘경성’(지금의 서울)을 떠올리게 된다. 화국을 점령한 ‘라잔 제국’은 국화(國花)가 벚꽃인 것을 비롯하여 ‘태양’을 상징으로 사용하는 등 여러모로 제국주의 시절의 일본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가상의 세계관을 토대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가상 역사물이자 메타픽션이며 일제강점기는 모티프이자 강력한 은유로 쓰인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의 주인공 ‘제비’는 생계를 위해 처음에는 라잔의 방위성에서 라잔 제국을 위해 일하지만,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결국에는 화국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b>붓과 검, 구미호, 자동인형, 기계 용, 마법의 문양…
도심 속 사대문 안을 자유로이 비상하는 기계 용
이윤하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한국적 정취

“판타지들의 총천연색 팔레트, 자동인형과 마법 문양, 구미호와 검투사, 스케치하듯 세심하게 연출된 역사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독립군의 항전까지. 온갖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은 환상의 용광로” -김멜라(소설가)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의 매력은 한국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다. ‘구미호’, ‘자동인형’, ‘기계 용’, ‘마법의 문양’ 등 이질적이고 환상적인 재료들이 한데 모여 보기 좋은 한 상을 차려낸다.
주인공 제비의 절친한 친구인 ‘학’은 꼬리가 아홉 개 달렸으나 인간의 간을 빼먹지 않고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칭 ‘현대적인’ 구미호 종족이며, 라잔의 군대를 이루는 ‘자동인형’ 병사들은 화가인 제비가 마법의 문양을 그려 넣으면 생명을 부여받아 살아 움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비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 전쟁에 쓰일 라잔의 비밀 병기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털끝 하나 해치지 못하는 평화주의자 용 ‘아라지’ 역시 제비가 그려 넣은 마법의 문양으로 인해 목소리와 생명을 얻어 자유로이 비상하는 기계 용(dragon)이다. 그렇기에 소설의 배경인 화국은 우리나라와 닮았으면서도 소설 속에서 생동하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는 근대화의 상징인 ‘전기’로 작동되는 가로등이 점점이 밝혀진, 그러나 아직은 구 왕조의 궁궐과 옛집이 남아 있는 수도의 사대문 안 한복판에, 마법으로 만들어진 기계 용이 날아다니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디에도 없는 환상적인 풍경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또한 제비의 연인이자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베이’는 마치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검성의 현신처럼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춘 검투사다. 마법진으로 대지진을 일으키는 제비와 라잔 대전차 부대의 웅장한 전투 장면과 적을 상대하는 베이의 화려한 검술은 독자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스펙타클함을 선사한다. SF,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장르를 자유로이 오가며 소설을 운용하는 이윤하의 한층 더 탄탄해진 필력은 특유의 장중하고 유려한 문체와 어우러져 동양풍 SF의 정취를 깊이 자아낸다.

<b>“비로소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순간이 왔다”
소설가 조예은, 김멜라를 뒤흔든 두 여자의 격정 로맨스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로지 함께하기 위해 검을 뽑고, 저지르며, 도망친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낙원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예은(소설가)

붓과 검을 든 두 여자의 사랑과 헌신이 별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우리는 이 사랑의 폭풍을 타고 얼마나 더 멋지게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김멜라(소설가)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Love, wins’였다. 이후로 ‘Love, wins’는 퀴어 문화에서 상징적인 문구가 되었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해시태그로 #lovewins를 달면서 동성 결혼 합헌 판결에 축하를 보태기도 했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역시 결국에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소설이다. 주인공 제비와 베이, 두 여자의 격정적인 로맨스도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적국 라잔의 검투사이자 언니의 아내를 베어버린 베이를 사랑하게 된 제비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제비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신념을 꺾고 화국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베이의 로맨스가 때로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애절하게 그려진다.
제비와 베이는 동성을 사랑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이윤하 월드에서 두 사람은 소수자의 위치를 점하지 않는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에서는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사랑은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것이고 그렇기에 주인공들의 사랑은 소수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다. 제비와 베이는 각자에게 놓인 상황 때문에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할지언정 성별을 이유로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마음껏 사랑하며 나아간다. 제비의 언니 ‘봉숭아’ 역시 라잔으로부터 ‘아내’를 잃은 슬픔을 딛고 화국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인물이며 베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들도 ‘폴리아모리’(다자연애)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제비의 지정성별은 여성이지만, 그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논-바이너리’ 젠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에 등장하는 논-바이너리들은 ‘그애’라는 지칭으로 불리며 특유의 머리 모양으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이렇듯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에는 동성애, 이성애, 다자연애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하며, 그 사랑은 모두 평등하고 자유롭다. 성별 이분법에 저항하는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가진 인물도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건, 어떤 정체성을 가졌건 자신의 자리에서 있는 힘껏 존재하며, 있는 힘껏 사랑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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