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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것이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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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것이다

퍼플레인(갈매나무)

정보라 지음

2023-01-19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2022 부커상 최종후보, 《저주토끼》를 탄생시킨
정보라의 환상세계, 그 뿌리를 들여다보는 초기 걸작선

경계를 휘저으며 가지를 뻗어 나가는 마술적인 이야기의 향연

“불량률이 매우 낮은 타일 작업장처럼 좋은 이야기들이 구워져 나온다.
광택이 있고 단단하고 아직 식지 않은 소설들이 차곡차곡.” ─ 정세랑, 소설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한국 독자뿐 아니라 전 세계 독자의 주목을 받은 정보라 작가의 초기 걸작선. “호러, 판타지, 비현실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면서도 일상에서의 공포와 압박에 본능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다”는 심사위원단 평을 받았던 《저주토끼》의 문학적 뿌리라 할 만한 환상문학 계열의 작품들을 모았다. 특히 마술적인 환상성이 돋보이는 9편의 초기 발표작과 1편의 미발표작을 먼저 엄선했다.

수십 편의 초기 단편 작품 가운데, 장르를 혼합하고 실험하면서 환상세계 속에 절묘하게 냉엄한 현실 인식을 드리운 작품들을 선별했다. 정보라는 〈작가의 말〉에서, 어릴 때부터 동화나 민담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런 형식을 띤 자신의 작품이 비유나 알레고리라는 평을 많이 듣지만, 오히려 자신은 “극사실주의 작가”라고 단언한다. 이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스탈린의 폭압이 시작되기 전 혁명 직후 10여 년 동안 예술이 정말 자유로웠던 시기, 슬라브 문학의 자유와 환상성에 매혹되어” 영향을 받았다던 고백과 언뜻 모순처럼 들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야기의 효용 자체가 ‘비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그 내적 들끓음과 치열한 실험의 연대기다.

《저주토끼》로 갑작스레 수면 위로 부상한 듯 보이지만, 정보라는 장르소설 독자에겐 이미 오랜 애정의 대상이었다. ‘정도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20년 넘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쌓아온 작품세계는 한 번에 톺아보기엔 그 스펙트럼이 폭넓고 깊숙하다.
퍼플레인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시리즈는 ‘정도경’이라는 작가를 미처 만나지 못한 채 ‘정보라’를 만난 독자들을 위한 초대장이다. 시리즈의 첫 책인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일명 ‘보라 월드’의 세계관을 거슬러 되짚어보는 ‘문학적 프리퀄’이랄까. 환상과 현실, 신화와 역사를 뒤섞어 역동적으로 뻗어 나가는 기묘한 이야기들이 매혹적이고 때론 섬뜩하게 독특한 감흥을 선사하며, 독자들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b>세계가 주목한 ‘보라 월드’의 문학적 프리퀄,
정보라의 숨은 걸작을 찾아서

“주목받지 못하던 때, 내 마음대로 써보자는 생각으로”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 ‘정도경’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 글을 꼬박꼬박 챙겨 읽었던 소설가 정세랑은 “얼마나 많은 새벽, 정보라의 단편을 보며 위로받았는지 모른다”며 일찍부터 “그 이야기의 이상한 에너지”에 이끌렸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SF, 추리소설, 호러, 스릴러 등 장르적 특징이 뚜렷한 대중 장르 소설이 순수문학에 비해 국내에서 홀대받던 시절에 비하면, 《저주토끼》가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로 일컬어지며 국제적 주목을 받은 건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정보라에 주목하는 건 세계 문학상이 그의 작품을 호출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은밀히 좋아할 법한 괴담과 로맨스와 누아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공간이지만 어디선가 마주친 것 같은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 그의 이야기 솜씨가, 인간이라면 태곳적부터 벗어날 수 없던 질문들을 낯설고 새로운 형태로 던져주기 때문이 아닐까?

정보라의 작품을 주로 번역해온(《아무도 모를 것이다》 가운데 〈가면〉도 그중 하나로 미국 Valancourt Book of World Horror Vol.2에 수록되었다) 안톤 허는 “역설적인 감정들이 공존하는 정보라 작가의 문장은 제인 오스틴이나 조지 손더스와 같은 영미권 작가들의 문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징그러우면서도 풍자적인, 경악스러우면서 해학적인, 슬프면서 아름다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이런 양가적 문체가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환상적 리얼리즘’ 계열로 읽히는 정보라의 작품세계와 일맥상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으로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고, 작가의 여러 면모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수많은 인터뷰와 기사가 공개되었지만, 역시 소설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그가 쓴 소설일 터. 이 숨은 걸작들이 정보라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신작 못지않은 기쁨을 선사하리라 믿는 이유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가 정보라의 팬들에게, 그리고 팬이 될 미래의 독자들에게 ‘나만 아는 정보라 소설’을 찾을 수 있는 선물상자가 되길 바란다.

<b>갇혀 있던 오래된 이야기가 풀려날 때
되살아나는 환상이 건네는 이상한 위로

작가는 이 단편집을 향해 “오래되고 단단히 갇힌 이야기”라고 썼다. 집필 시기가 오래되었고 그로 인해 당시 여러 고정관념에 작가 자신이 갇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성찰하며 쓴 말이지만, 동시에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실제로 말 그대로 어딘가에 갇혀 있(었)기도 하다.

오래전에 썼던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며 가장 처음 느낀 것은 내가 참으로 단단하게 성별이분법과 정상성의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어딘가에 갇혀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이야기들을 그렇게나 많이 썼는지도 모르겠다. ─ 420쪽, 작가의 말

〈나무〉의 주인공은 땅에 심겨 나무가 되어버린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다. 〈머리카락〉의 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씨앗 비가 틔운 머리카락 때문에 방 안에 갇힌 채 생활한다. 〈가면〉의 주인공은 환영이 주는 쾌락에 중독되어 스스로 방 안에만 머문다. 〈Nessun sapra〉의 인물들 또한 정신병원에 갇힌 사람들이다.

그렇게 높은 가지에 나란히 앉아서 두 소년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숲 너머 지평선을 겹겹이 둘러싼 산과 그 바깥의 세상, 더 넓고 흥미로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 14쪽, 〈나무〉

〈나무〉는 “숲 너머 지평선을 겹겹이 둘러싼 산”에 갇혀 살던 ‘그’가 그 모든 일을 겪고 “바깥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일어나는 일들은 비극적이지만, 악몽 같은 기억을 품고 책임을 느끼며 바깥으로 나가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 먹먹한 여운과 함께 기이한 위안을 준다. 이처럼 정보라의 이야기들은 읽는 이에게 (정세랑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위로”를 선사한다.
바깥세상으로 나아간 〈나무〉의 ‘그’처럼, 이 단편집에 실린 “오래되고 단단히 갇힌 이야기”들 또한 다시금 바깥으로 나와 독자를 만난다. 작품이 시간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 방법은 독자와 만나 끊임없이 해석되는 길뿐이다. 오래되고 단단히 갇힌 이야기가 풀려나 읽힐 때, 그 이야기는 마법같이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b>아름답고 무자비한 세상에
단호하고 비정하게 세운 정의

《아무도 모를 것이다》의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는 시종일관 ‘정보라’스러운 기이하고 오싹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설화가 연상되는 고전적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나무〉와 〈산〉부터, 현대나 미래 어디쯤일 듯한 〈머리카락〉〈가면〉〈비 오는 날〉 그리고 SF에 가까운 〈물〉〈금〉〈휘파람〉과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의 역사적 배경을 빌려 온 〈Nessun sapra〉와 〈완전한 행복〉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이 교차하는 구성을 따라 작가가 쌓아온 풍요로운 작품세계를 돌아보면, “정보라의 장점 중 하나는 고전적인 고딕 장르뿐만 아니라 펄프, 포르노, 패러디와 같은 하위 장르들을 접합시키며, 경계를 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는 문학평론가 전청림의 말 또한 실감할 수 있다.

잘못이 있음에도 자각하지 못하여 용서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용서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선이나 자비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의였다. ─ 416쪽, 〈완전한 행복〉

정보라가 들려주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에는 사뭇 엄격하고 비정한 태도가 서려 있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는 처음을 여는 〈나무〉부터 끝머리를 장식하는 〈완전한 행복〉까지, 《저주토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복수’라는 테마를 작가가 오래전부터 변주해왔음을 보여준다.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자를 함부로 용서하지 않는 것.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이러한 단호한 태도가 읽는 이에게 “아주 보기 드문 종류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며, 부조리하다”고 작가가 늘 강조해왔듯이, “전쟁이 빨리 끝나고 나쁜 놈들이 얼른 몽땅 죽어서 전부 늑대에게 뜯어 먹히기를 소망한다”는 ‘작가의 말’까지도 참 그이답다.

<b>기이하고 불온한 이야기의 마력
퍼플레인 PURPLE RAIN

‘퍼플레인’은 갈매나무 출판사의 장르문학 브랜드입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이야기,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퍼플레인만의 장르소설을 펴내고자 합니다.

 Line-up
❶ 《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❷ 《붉은 실 끝의 아이들》, 전삼혜
❸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❹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한국 문학에 새로운 비를 내릴 퍼플레인의 행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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