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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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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아몬드

차승민 (지은이)

2021-07-15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국내 유일의 범법 정신질환자 수용·치료 기관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꺼내놓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은 범법 정신질환자가 수용되는 국가 기관이다. 개원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개 병상을 지녔지만,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는 저자까지 5명뿐이다. 의사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170명에 육박한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은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현직 정신과 의사, 차승민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언론에 보도된 강력사건 피의자를 직접 정신감정한 저자는 책에 그 뒷이야기와 그들에 관한 생각, 느낀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 다양한 형사정신감정 사례와 그동안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도 빼곡하게 실었다. 특히 일반 정신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변태성욕장애 환자와 사이코패스, 약물중독자들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설지만 독특한 사례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범죄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분명 나쁜 것이며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범죄가 악의나 계획이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 병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난 뒤라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무서운 사람’으로만 존재하는 집단에 대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내부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b>“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국내 유일의 범법 정신질환자 수용·치료 기관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꺼내놓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거기 교도소 아니에요?”
“그렇게 무서운 곳에서 일한다고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 법원과 검찰·경찰이 의뢰하는 형사피의자를 정신감정하는 기관. 듣기만 해도 무섭고 섬뜩한 이곳의 정식 명칭은 국립법무병원이다. 1987년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치료감호소’라 불렀다. 인식 개선을 위해 국립법무병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법무부 내부 문건에는 여전히 ‘치료감호소’로 쓴다. 사람들에게 ‘국립법무병원을 아느냐’고 물으면 열 중 아홉은 ‘모른다’고 답한다. 그나마 치료감호소라고 해야 ‘아, 그 교도소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치료감호소는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이다. 그저 조금 특별한 병원일 뿐이다. 이곳에 ‘입원’하는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도서출판 아몬드 刊)》은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현직 정신과 의사, 차승민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개원한 지 34년이 흘렀지만 치료감호소에서 누가 뭘 하며 지내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강력사건이 보도될 때 단골 메뉴처럼 이름이 등장하기는 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피의자가 모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치료감호소를 대체로 ‘부정적인 곳’으로 인식한다. 길 가다 마주칠까 두려운 ‘미친’ 범죄자들이 갇혀 있을 법한 그곳에도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와 비슷한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 산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염려하고 걱정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특히 범죄로 실질적인 고통을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책이 상처를 들춰내는 헛된 시도, 범죄자를 감싸려는 그릇된 선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 이유는,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정신질환 범죄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또한 세상에 만연한 정신질환을 향한 편견과 혐오를 손톱만큼이라도 줄이고 싶어서였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말라는 의미로, 최근에 N번방 사건 가해자에 관해 언론이 도 넘는 내러티브 보도를 하자 이 말이 많이 쓰였다.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 나도 반대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허락되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그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벌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전에 계획하고 특정한 의도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악인’과 도매금으로 ‘나쁜 놈’으로 몰린다. 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9~10쪽)

저자는 책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 이를테면 “환자가 무섭지 않느냐(23쪽)”,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 거냐(29쪽)”,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감형받으려고 속이려 들면 어떻게 알아보느냐(55쪽)” 같은 질문에 답한다. 또 ‘나라가 왜 범죄자를 치료해야 하는가(27쪽)’, ‘화학적 거세는 인권 침해 아닌가(95쪽)’, ‘사이코패스나 자발적 음주도 심신미약으로 인정해줘야 하느냐(132쪽)’ 같은 논쟁적 테마에 관해서도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와 솔직한 의견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앞서 등장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를 직접 정신감정한 저자는 책에 그 뒷이야기와 느낀 감정,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84쪽)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립법무병원에서 주치의로 치료했거나 형사정신감정한 피의자 이야기를 빼곡하게 실었다. 특히 일반 정신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변태성욕장애 환자(100쪽)와 사이코패스(124쪽), 약물중독자(160쪽)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설지만 독특한 사례다.

<b>평범하고 소심한 생활형 의사는
어쩌다 이 특별한 곳에서 일하게 됐을까
“환자가 무섭지 않아요?” 저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당연히 무서웠다. 환자의 전자 의무 기록을 열면 병명 옆에 ‘죄명’과 ‘징역 몇 년’이 적혀 있는데, 지금도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갑자기 직원에게 나쁜 년이라고 욕하고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러 징역 1개월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상병에는 ‘조현병’, 죄명에는 ‘공무집행방해’, 병과형 형기에는 ‘징역 1개월’로 기록되어 있다.
누구보다 ‘평범하고 소심한’ 저자는 어쩌다 이토록 특별한 곳에서 일하게 됐을까? ‘엄청난 사명감’ 때문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선하거나 대범해서’도 아니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생활형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지’, ‘주말에 당직 근무가 없는지’가 어떤 조건보다 중요했다.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공무원’ 의사로 일하면, 연차도 팍팍 쓰면서 여유롭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상상 이상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감호소의 총 환자 수는 1천 명 정도다. 서울 성모병원의 병상 수가 1300개이므로 치료감호소도 꽤 큰 편인데, 정신과 단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그런데 풀타임으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원장을 비롯해 5명뿐이다. 다른 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원한 정신과 의사들이 파트타임으로 일주일에 2, 3일 근무한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의 의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는 60명인데, 이곳의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대략 170여 명이다. 급여라도 넉넉하면 좋겠지만,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 충원하고 싶어도 선뜻 일하겠다고 나서는 의사가 드물다.
저자는 ‘왜 다들 기피하는 병원에서 모두가 무서워하는 환자를 보고 있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4년을 버텼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명감’에 목매지 않아서 ‘버틴’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을 구원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정신과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 할 환자로 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아내를 살해한 할아버지, 아이를 죽인 엄마부터
변태성욕장애, 약물중독, 알코올중독까지.
어느 평범한 의사의 아주 특별한 환자들
정신질환과 범죄. 이 두 단어를 내세우는 책이니 당연히 무겁고, 어둡고, 그저 진지한 내용만 그득하리라 생각할 텐데, 꼭 그렇지는 않다. 두 활자로 퉁 쳐버리기엔 아까운 삶의 속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빼곡이 담겨 있다.
과자를 몰래 훔쳐 먹은 K와 그걸 알게 된 S가 벌인 싸움 소동(39쪽), 치료감호소에 처음 왔을 때 저자를 반겨주었던 기질성 장애 환자 L 이야기(34쪽), 자신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며 증상을 숨기는 조현병 환자 Q 이야기(58쪽)까지 소소하고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귀여운’ 에피소드도 여럿 담겨 있다.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다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에 짓눌려 삶의 구석으로 내몰린 T 이야기(63쪽)와 미국 시민권자로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뒤 치매로 90세에 아내를 살해해 결국 치료감호소에서 생을 마감한 H 할아버지(218쪽),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엄마 Y 사례(211쪽)를 읽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민간 정신병원이나 정신과 의원에서 만나기 어려운 환자에 관한 이야기도 여럿 등장한다. 예를 들어 변태성욕장애(이는 저자가 자의적으로 붙인 명칭이 아니라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교과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적혀 있는 공식 질환명이다) 환자는 정상적인 성행위에서 벗어난 성욕을 느끼거나 행동을 하는데, 이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스스로 병원을 찾는 일이 극히 드물다. 화가 나지만, 성범죄를 저지른 후에야 경찰에 잡혀 치료감호소에 온다.
약물중독도 마찬가지다. 마약이나 본드,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이 제 발로 정신과를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이들도 반복적으로 약물을 흡입하다가 경찰 손에 이끌려 치료감호소로 인계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치료감호소는 국내 다른 병원의 그 어느 곳보다 성범죄자 치료와 약물중독치료에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화학적 거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셌고, 지금도 여전히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저자도 ‘화학적 거세’라는 레토릭이 엄청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성충동 약물치료(법을 제정하며 화학적 거세라는 무시무시한 표현 대신 이렇게 순화했다)’를 통해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W의 사례를 통해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으며 진실은 무엇인지 소상히 밝힌다.(109쪽)

<b>사회적 편견으로 한 번, 제도적 구멍으로 또 한 번
세상에서 탈락된 사람들에 관하여
최근 정신질환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고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와 유튜브가 호응을 얻으며 정신질환을 향한 오해와 편견이 조금 완화된 듯 보인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당당하게 오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정신과’에 다니는 사실을 숨기고(또는 정신과를 다닌다고 하면 속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우울증이라고 하면 ‘의지가 약해서’라며 손가락질한다. 정신질환이 당뇨나 암 같은 ‘질병’으로 오롯이 인정받는 날은, 요원해 보인다. 정신질환자 중 가장 큰 비난과 질타의 대상은 단연 ‘범법 정신질환자’다. 어머니 또는 아버지를 죽인 조현병 아들 또는 딸이 심신미약을 인정받았다는 기사가 주기적으로 보도되는데, 그때마다 댓글창은 점잖게 요약하자면 ‘또 심신미약 핑계냐’, ‘벌 안 받으려고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것 아니냐’ 등 욕설로 폭발한다.
저자는 크든 작든 범죄 자체는 분명 나쁜 것이며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범죄가 악의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곳에 수용된 환자들은 너무도 분명한 범죄 가해자다. 그들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들은 대개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 피해자를 위해서는 죗값을 치르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죗값’을 치르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의지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 교도소에 가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보다는 치료가 우선이다. 자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난 다음에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 (22쪽)

저자는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증상의 끝에 범죄가 있다(36쪽)”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정신질환은 유독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까.
우선 병 자체의 특성이 있다. ‘병식(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인식하는 것)’이 없는 것은 정신질환의 흔한 증세다. 몰라서 치료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저자는 정신질환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가 정신질환 당사자들로 하여금 치료받기를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물론 개인 탓, 사회 분위기 탓만은 아니다. 책에는 2016년 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303쪽) 법 개정으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진데다(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입원 가능하던 것이 서로 다른 기관에 속한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바뀌었다), 탈원화(입원 중심의 치료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로 퇴원이 늘면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집으로, 지역사회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법 개정 이후 치료감호소 환자 수가 늘고 있으며, 특히 조현병 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힌다.(306쪽) 이에 대해 퇴원 후의 관리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지역사회와 가족에게 환자를 떠넘긴 탓에,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졌고 결국 일부는 정신병적 증상으로 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소로 올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다. 치료감호소로 오는 이들을 “사건의 가해자이자 정신질환 증상의 피해자”라고 보는 이유다. 이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한 번 세상 밖으로 내던져지고, 허술한 제도의 구멍을 통과해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진다.

<b>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심신미약일까
사이코패스도 심신미약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모든 범법 정신질환자가 정신질환의 습격을 받은 ‘피해자’일까? 그건 아니다.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정신질환의 증상과 범죄의 연관성이 분명해야 한다. 과거에 아무리 오래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어도, 범죄 당시 증상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는다. 또한 옳고 그름을 변별할 능력(사물변별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의사결정능력) 유무에 따라 심신미약 여부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 즉, 반사회성 성격장애 범죄자는 어떨까? 이들도 심신미약으로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치료만 잘 받으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다고 확신하는데, 이들에게는 약물치료라는 큰 버팀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에게는 약물치료나 입원치료가 큰 도움이 안 된다.
과거부터 정신의학에서는 조현병이나 조울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사이코패스를 구분해왔다. 사이코패스의 행동 동력은 ‘진정한 악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고, 자기 이득만을 위해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한 뒤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법정신의학을 논할 때 ‘사이코패스는 심신미약에서 배제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예전부터 법정신의학에서는 ‘정신질환이 범죄를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인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정신이상 행동을 보일 때 구금보다는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긴 하지만, 모든 정신이상 행동에 면죄부를 씌워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129쪽)

정신질환과 범죄,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 이야기를 굳이 왜 읽어야 할까. 이 불쾌하고 낯선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범법 정신질환자라도 같은 사람이니 그들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걸까.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자부하는 직업인의 조금 특별한 직장 생활 기록물이다. 물론 저자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는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를 향해 애처로운 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효용이자 장점은, 정신질환자를 불쌍하게 여겨달라거나 애처롭게 생각해달라고 강요하지 않는 데 있다. 이 독특하고 담담한 기록을 접한 독자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정도의 독자라면, 책을 덮은 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모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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