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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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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자음과모음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양원영, 조예은 (지은이)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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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작은 이웃과 가까워지는 열 편의 짧은 소설

“다정한 존재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다”
작은 이웃과 가까워지는 열 편의 짧은 소설


『공공연한 고양이』는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 ‘고양이’에 관한 열 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제목 ‘공공연한 고양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공공연한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로도, 고양이와 인간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의 방식들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고양이를 테마로 기획된 이번 작품집에는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레오’ ‘미오’ ‘마리’ ‘포터’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최은영 작가와 『82년생 김지영』으로 사회적?정서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으며 동사(凍死)의 위기해서 구출된 치즈태비 코숏 ‘봄’과 살고 있는 조남주 작가, 그리고 『안드로이드여도 괜찮아』에서 안드로이드를 따뜻한 보살핌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가족으로 그려낸, 묘령 열다섯 살 고양이와 지내고 있는 양원영 작가를 비롯해 고양이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조예은 작가가 고양이와 우리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정하고,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느긋하지만 다정하게 다가와
위로의 ‘꾹꾹이’를 해줄 사랑스러운 존재


『공공연한 고양이』 속 이야기들은 고양이에 관한 우리의 상상력을 파고든다. 고양이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김멜라 「유메노유메」), 고양이가 이 세상을 떠날 땐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조예은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는 주인이 세상을 떠날 때 마중을 나오지 않을까(양원영 「묘령이백」) 등등. 우리가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상상들이 소설이 되어 찾아온다.

유메는 고양이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낮잠을 자며 보내는 것, (……) 청소기 소음을 싫어하는 것과 따뜻한 전기방석을 좋아하는 것도 그대로였다. 고양이일 때 ‘미야오, 미야오’ 하고 울던 울음소리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하는 투정으로 바뀌었고 솜뭉치 같은 둥글고 앙증맞은 앞발은 보드랍고 통통한 사람의 손이 되었다.(김멜라 「유메노유메」)

하지만 기발한 상상으로 채워진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슬픔과 상처다. “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고양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윤주는 어쩐지 인간에게서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됐다”(최은영 「임보 일기」)는 주인공의 고백처럼 『공공연한 고양이』 속 짧은 소설에는 “예기치 않은 죽음과 숱한 이별들, ‘고양이 웃음’이라는 무심한 비유 뒤에 숨은 타자화의 시선들, ‘가족’이라는 이름이나 ‘여자’라는 이름으로 강제되어온 일들”(안서현 문학평론가)에 대한 아픔이 담겨 있다.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고 고함을 칠 때마다 나는 혹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인가, 생각해보아야 했다. (……) 암막커튼을 쳐 컴컴한 방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 어둠 속에서 윤성 선배가 뱃살이 늘어져 보일 만큼 뚱뚱한 고양이의 뒷목을 잡고 들어 올리며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이것 좀 갖다 버려라, 사운드 계속 들어오잖아.(박민정 「질주」)

그림자야, 언니는 네가 특별하댔어. (……) 정녕코 네가 신통한 능력이 있어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간곡히 바라건대 내 소원을 좀 들어주렴. 우리 언니를 죽인 그 남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내 앞으로 가져다줘. 앞으로는 언니 대신에 내가 고양이들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수술도 시켜줄게.(이나경 「너를 부른다」)

이처럼 『공공연한 고양이』는 단순히 인간과 고양이의 공생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부를 맞대고 맥박을 느낀 다정한 존재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다”라는 말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 교감이 주는 체온 같은 따스함을 담고 있다. 어쩌면 책장을 덮으려 할 때 우리 곁으로 슬며시 다가와 위로의 ‘꾹꾹이’를 해줄 사랑스러운 존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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