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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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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이재량 (지은이)

2019-09-20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이놈의 세상은 참 더러운 것투성이다.
나는 그저, 순결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의 강박증을 돌아보게 하는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


“나 혼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나는 저 인간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제껏 그토록 힘들었던 것이다.
함께 살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에.”

남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기 원칙과 윤리를 지키면서 남과 더불어 사는 ‘순결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재량의 두 번째 장편소설 『올 킬』은 그로테스크와 공포, 유머와 비장함이 함께 직조된 작품으로, 다양한 비유와 상징으로 세태를 성찰하게 하는 슬프고도 무서운 우화다. 공포 서스펜스 소설이면서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지닌 『올 킬』은 작가가 어렸을 때 집에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버린 한 마리 바퀴벌레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사라져버린 바퀴벌레가 삼십 년 넘도록 작가의 기억 속에 강박적으로 살아 있었던 것처럼 청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한 인물, 고광남이 『올 킬』의 주인공이다. 고광남은 “지구를 좀먹는 바퀴벌레 일당과 일생일대의 대결을 펼칠 영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이지만 소심하고 예민하고 조심스럽고도 고집스럽게 자기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를 끊임없이 반추하는 인물로, 작가 이재량의 전작 『노란 잠수함』(2017년)에서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이 거침없이 질주해가던 것과 아주 다른 겉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올 킬』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캐릭터를 펼침으로써 작가의 또 다른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 세상 끝까지 쫓아가 더러움을 박멸한다는 궁극의 서비스가 있다

느닷없이 나타난 바퀴벌레를 한 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잡아 변기 안에 버린 뒤 각종 집기들을 세척하고 태우고 나서 이제 다섯 번째로 손을 씻는 고광남. 그는 결혼생활 7년 만에 아내와 헤어져 6년을 혼자 살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3년 전 제천 금수산 자락으로 이사 와 작은 오두막에서 자기만의 텃밭을 가꾸며 산다. 방 안의 먼지 한 톨을 참지 못하고, 한 시간짜리 샤워를 하루에 두세 번, 십 분 이상 걸리는 손 세정을 수시로 하는 광남 씨의 결벽은 일종의 완벽주의였고 해병대 출신이자 환경미화원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내력이었다. 광남 씨는 그 가족사가 반복되기를 원치 않았고, 자기 방식을 바꾸지 않고 살기로 했기에 금수산 아래에서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에 만족하며 혼자 지낸다. 아들 배식을 보지 못하는 것 말고는 별 아쉬움 없이.
그 평화로운 일상은 갑작스러운 바퀴벌레의 출몰로 산산조각 난다. 아울러 지난달 자신의 오두막 옆으로 이사 온 유명 건축가 노상용과 살림 연구가 서영실 부부네도 광남 씨의 고요함을 어지럽힌다. 자연친화적 삶을 산다고 잡지에 소개되고 친환경 마을을 조성한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실제로는 디젤차 연기를 내뿜고 다니고,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온갖 벌레들이 들끓도록 놔둔다는 것을 광남 씨는 알고 있다. 심지어 돼지 먹이로 쓰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가겠다는 평동리 양 씨의 말도 마다한 그들이다.
어느 날 읍내에서 ‘해충 구제 전문회사 (주)올 킬’의 광고를 발견하고 바퀴벌레 소탕을 위해 서비스를 신청한 광남 씨. 하얀 스타렉스를 타고 오두막을 찾아온 올 킬의 안희수 대리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얀 방호복 차림의 거구의 여성이다. 그녀는 주사기로 독을 주입하고 기다란 흡입기를 휘둘러 오두막의 바퀴벌레 떼를 소탕해버린다. 그러나 광남 씨의 오두막에 새로운 바퀴벌레들이 반복적으로 유입되자 안희수 대리는 그들의 진원지로 노상용의 이층집을 지목하고, 광남 씨에게 브이아이피 고객 가입과 프리미엄 서비스 신청을 권유한다. 고객이 사는 주변의 모든 해충을 끝장내는 이 올 킬 서비스를 바퀴벌레에 시달리던 광남 씨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비스를 신청한 이튿날, 그는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노상용네의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고 노상용 서영실 부부 역시 모든 가구들과 함께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남은 것은 이층집 건물과 노상용이 자랑하던 전축, 광남 씨에게도 들려준 말러 교향곡 <타이탄> 앨범뿐이다. 그리고 사라진 부부가 양 씨 집에 보냈다는 택배 상자…….
3개월 후 이층집에 이재훈과 엄향기 부부가 새로 이사 온다. 그들은 각각 웹프로그래머와 웹디자이너로 재일교포 2세이자 심장이 안 좋은 엄향기를 위해 자연의 삶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광남 씨는 예전과 달리 이웃을 갖는 것에 마음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나, 그들의 사생활에 깊이 관여할수록 눈에 들어오는 이면의 모습에 또다시 견딜 수 없어 한다. 게다가 올 킬의 서비스를 받았음에도 바퀴벌레는 박멸되지 않았고, 급기야 이재훈이 자기 집 해충을 없애달라고 올 킬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전긍긍하던 광남 씨는 어쩔 수 없이 안희수를 찾는데…….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일곱 살 때부터 떨어져 살던 아들 배식이 고등학생이 되어 광남 씨 오두막을 찾아온다. 배식은 아버지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이웃들이 살던 이층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그런데 사라졌던 바퀴벌레가 아들의 방문과 동시에 어김없이 다시 나타난다. 광남 씨는 몇 달 전 프리미엄 서비스를 실행할 때 생긴 발의 상처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 데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들마저 바퀴벌레로 잠 못 이루는 상황에 이르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침내 순결한 삶을 위한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살갗을 뚫고 돋아나는 순결한 날개, 윤기 흐르는 시커먼 날개를 꿈꾸다

『올 킬』의 주인공 고광남의 결벽은 완벽주의이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내력이다. 어렸을 적 그토록 거부하고 반항했던 아버지의 청결에 대한 집착 강요, 그것이 약화된 것은 광남 씨 스스로 아버지 못지않은 강박증을 드러내면서부터였다. 지저분하고 제멋대로인 세상, 정당한 보상과 대접이 없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구분 짓겠다는 이 강박증은 광남 씨를 세상과 더욱 멀어지게 한다. 때때로 마음 따뜻한 이웃을 향해 관계 맺기를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원체 가족 안에서 제대로 관계를 형성하거나 애정 표현을 경험해보지 못한 광남 씨는 서툴기만 하다. 계속 좌초되는 인간관계는 더 심각한 강박증으로 광남 씨를 내몰고, 이 악순환을 끊고자, 결벽증의 대물림을 끊고자 광남 씨가 선택한 것은 도시와 가족을 떠나는 것. 그러나 그곳에서 광남 씨는 바퀴벌레라는 또 다른 도전을 맞닥뜨린다.
바퀴벌레는 위선적이고 청결치 못한 이웃이 불러온 것이지만, 바깥 환경에 극도로 예민해진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에 불러온 것이기도 하다. 모든 혐오와 원망의 대상들, 감정들이 그 검고 작고 불결하고 불길한 존재에 투영되어 수챗구멍에서, 옆집의 쓰레기통에서, 아내와 살던 아들의 배낭에서, 잠자리에서, 급기야는 고광남 자신의 몸속에서도 기어나오는 것이다. 『올 킬』에서 이 바퀴벌레들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끊임없이 등장하여 고광남에게 그가 혼자 살고 있지 않음을, 원하던 바대로 혼자서만 살 수는 없음을 거듭 환기시킨다.
신과 악마, 선과 악의 이분법을 모호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캐릭터인 올 킬의 안희수 대리는 광남 씨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러 온 존재이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타이탄>의 거인을 연상시킨다. 소설의 장 제목들을 한 예술 작품에서 따오는 방법은 이재량의 첫 소설 『노란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에서도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말러가 <타이탄> 3악장을 쓸 때 영감을 받았다는 그림 <사냥꾼의 장례식>은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와 모티프를 드러내주는 작품이라 해도 될 것이다.
『올 킬』은 한 인물의 삶과 심리에 집중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을 건드리는 강력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작품이다. 검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공포와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작가 이재량의 잠재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주인공 광남 씨는 그저 까탈스러운 아저씨에 지나지 않았다. 내 주인공이라도 실제 생활에서라면 되도록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으나, 소설을 마쳐갈 무렵에는 동정을 넘어 한 줌 존경스러움마저 느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그는 단지 강박과 결벽을 가진 인물만은 아니었다. 순결한 삶. 광남 씨가 원한 것은 그것이었던 것 같다. 그 삶의 방식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타협하지 않는 정직성과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는 존중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럴싸한 말은 많으나 그 말을 증명하는 삶이 적은 시절엔 더욱. 이 소설은 바퀴벌레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순결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이야기다. 적어도 나에게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그렇기를 바란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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