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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f(에프)
커트 보니것 (지은이), 황윤영 (옮긴이)
2019-09-30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찰스 다윈’으로 시작하어… 드디어 ‘커트 보니것’까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위대한 영감을 얻다!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는 19개의 섬과 독특한 해양 생태계로 이루어진 곳이다. 세 개의 해류가 만나고, 지진과 화산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해양생물의 보고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무려 1,000㎞나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지역과 교류가 적어 그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생물들이 많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 고립성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들만의 의견이나 표준만 강조하다가는 사회나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는 뜻의 ‘갈라파고스화’라는 말은 이제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1835년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했던 찰스 다윈은 그곳의 고유종들을 보고 생물은 생존에 성공한 개체들의 특성을 가지고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마침내 영감을 받은 또 한 사람은 더 나아가 인류의 멸망과 신인류의 탄생을 그려 내기에 이르렀으니, 바로 미국의 가장 위대한 풍자 작가로 꼽히는 ‘커트 보니것’이다.
●미국의 가장 위대한 풍자 작가 커트 보니것의
‘보니것식’ 장편소설 『갈라파고스』 출간!
1952년 첫 장편소설 『자동 피아노』로 등단한 뒤 『고양이 요람』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주목받는 작가가 된 커트 보니것은 촌철살인의 유머와 풍자, 세계를 보는 독특하고 기발한 시각으로 수많은 작가와 창작자들에게 존경받는 작가이자, 마크 트웨인의 뒤를 잇는 블랙 유머의 대가로 칭송받고 있다.
또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5도살장』을 통해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반전(反戰) 소설가로도 자리매김하였다. 그는 블랙 유머, 포스트모던, SF, 풍자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작품들에는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특정 장르의 작가보다는 차라리 ‘보니것식’ 작품을 쓴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종이책의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는 에프(f)에서는 이미 커트 보니것의 유일한 단편소설집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2018)를 출간하며 보니것식 유머와 해학, 꿈과 낭만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25편의 단편소설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욱 길고 깊어진 호흡으로 보니것식 소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장편소설 『갈라파고스』를 선보인다.
●1986년, 인류의 갑작스런 멸망, 극소수의 생존자들
그리고 새로운 진화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약 백만 년 후의 새로운 세상. 그곳에 등장한 베일에 싸인 화자는 우리를 백만 년 전인 서기 1986년으로 데려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과 금융 위기로 인한 세계전쟁은 곧 인류를 종말로 몰아넣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갈라파고스 제도로 유람선 여행을 떠났던 몇몇의 사람들은 우연히 한 섬에 좌초되어 고립되면서 종말로부터 살아남아 완전히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된다.
커트 보니것은 『갈라파고스』에서 진화론의 대명사격인 갈라파고스를 소재로 삼아 인류의 멸망과 신인류의 탄생 과정을 그만의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보여 준다. 독자들은 인류 최후의 생존자들과 진화의 여정에 함께하며, 그가 비판하고 풍자하고자 했던 것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희망에 대해 여실히 느끼게 된다.
“3킬로그램짜리 뇌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한때는 거의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두 번째 질문도 제기하는 바이다.
“과거 그 당시, 지나치게 정교한 우리의 신경 회로를 제외한다면, 우리가 어디에서나 보고 들었던 그런 악행들이 비롯된 근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의 대답은 이러하다.
“다른 근원은 없었다. 그 엄청나게 커다란 뇌만 뺀다면, 이곳은 아주 무해한 행성이었다.”
-본문 중에서
『갈라파고스』 속 화자는 인류의 멸망 원인으로 ‘엄청나게 커다란 뇌’를 꼽는다. 조금씩 큰 뇌를 가지도록 진화한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만들어 내고 결국 전쟁을 통한 자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보니것은 미스터리한 화자의 입을 빌려, 형편없이 크기만 한 인류의 뇌와 그 뇌가 말미암은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잘못을 끊임없이 비꼬고 풍자한다. 심지어 백만 년 후의 새로운 인류는 뇌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현 인류처럼 쓸데없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진화’하기에 이른다.
●커트 보니것이 바라보는, 애석하게도 이미 엉망이 되어 버린 모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할 가치가 있는 모든 것
“내가 굳이 말해야 하겠니? 공중에서 봤을 때 한때는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이 행성이 지금은 부검대에 노출된 불쌍한 로이 헵번의 병든 장기들과 비슷하단 것을?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인간들의 도시는 오직 성장만을 위해 성장하고 뭐든 닥치는 대로 다 먹어 치우며 망가뜨리고 있는 암세포들과 비슷하단 것을?"
-본문 중에서
커트 보니것이 비판하고자 했던 사회의 모습은 화자의 아버지가 화자에게 건넸던 위의 말들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채 백만 년에 걸쳐 인류의 진화를 목도하고 생존자들을 굽어보던 화자처럼 보니것도 결국 희망을 놓지 않는다. 생존자들은 절망 속에서도 차근차근 그들만의 사회를 건설하였고, 서로를 보듬고 위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아 진화의 가능성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발전을 위하여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자원을 얻기 위해 잔악무도하게 전쟁을 하며, 편리한 생활을 명목으로 과도한 낭비를 일삼는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구축한 고도의 문명도 결국에는 특정 집단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며, 지구 곳곳에서는 아직도 굶주림, 질병, 전쟁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많다. 커트 보니것은 일찍이 『갈라파고스』에서 풍자와 블랙 유머를 통하여 이러한 행태들을 경고하였고, 그 경고는 지금 여기에서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마냥 남의 일이라고만은 치부할 수 없는 보니것식 20세기 최후의 인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그 진화의 여정에 함께해 보기를 바란다. 충격적인 신인류의 모습과 백만 년간의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미스터리한 화자의 정체에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1922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독일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쇼트리지고등학교에 다니며 교지 〈데일리 에코〉 편집자로 활동했다. 이후 코넬대학교에 진학하며 보니것 자신은 아버지처럼 건축을 공부하거나 인류학을 전공하고 싶어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생화학을 택한 후 전공 공부보다는 대학 신문 〈코넬 데일리 선〉에서 일하며 글을 쓰는 데 더 열중했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좋지 않은 성적과 평화주의를 옹호하는 신문 기고로 인해 징계를 받은 후 대학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한다. 1944년 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유럽으로 보내졌고, 전선에서 낙오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 1945년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13만 명의 드레스덴 시민들이 몰살당하는 비극적 사건 한가운데 서게 됐던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문학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으로 송환된 후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에 입학했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던 그는 학위를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의 일을 병행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콜리어스〉 〈아거시〉 같은 잡지에 단편소설을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1952년 『자동 피아노』를 출간하며 등단한 그는 『고양이 요람』(1963) 『제5도살장』(1969) 등을 세상에 선보이며 미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반전反戰 작가로 거듭났다. 이후 소설과 에세이 집필은 물론 대학 졸업식 연사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다 1997년 『타임퀘이크』를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맨해튼 자택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쳐 몇 주 후 사망했다. 커트 보니것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평가받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마더 나이트』 『나라 없는 사람』 『세상이 잠든 동안』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아마겟돈을 회상하며』 등이 있다.
제1부 이야기의 전모는 이러하다
제2부 그리고 그 배는